IEA 등 해외 전망기관 올해 국제유가 50달러대 초반 전망
코로나 백신 효과 불확실성 및 OPEC+ 증산 여부는 '변수'
코로나 백신 접종과 더불어 미국의 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석유제품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유 재고 역시 최근 4주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기관들은 지난해 30~40달러로 미끄러졌던 국제유가가 올해 5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배럴당 평균 50달러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WTI(서부텍사스유)의 지난 3주간 평균 가격은 51.9달러로 지난해 평균 38.43달러 보다 13.47달러(35.1%) 올랐다. 두바이유는 12.56달러(29.8%) 많은 54.7달러, 브렌트유는 11.99달러(27.7%) 상승한 55.2달러다.
지난 5일 OPEC+(석유수출기구 및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 회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2~3월 중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00만배럴 줄이겠다는 발표와 함께 지난해 말 미국 의회를 통과한 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회복 기대감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울러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 백신 접종, 대이란 제재 완화 등도 유가 상승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해외 전망기관들은 이 같은 호재에 따라 올해 국제유가가 적게는 45달러에서 많게는 56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최근 1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평균 43.42달러(브렌트유 기준)였던 국제유가가 올해에는 52.7달러로 9달러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금융기관인 BNP 파리바와 바클리즈(Barclays)도 각각 56달러, 53달러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영국 금융정보업체 IHS 등 4개 기관은 45~48.1달러로 작년 보다 소폭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석유제품 수요 회복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 면역 효과는 수 개월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1년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승인과 접종을 개시했지만 백신의 일반적 보급시기는 올해 하반기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석유 수요 회복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1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석유 수요를 9591만배럴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한 9589만배럴 보다 2만배럴 소폭 상향한 수치다. OPEC은 석유 수요가 지난해 침체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하지만 휘발유 등 운송연료 회복,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석유제품 수요 증가는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보다 한참 못미치는 배럴당 1.3달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코로나 백신 효과가 예상 보다 부진하고 OPEC+가 감산 기조를 철회할 경우 국제유가는 석유 제품 수요 부진으로 또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성 연구원은 "전염력이 더 강한 변종 바이러스가 영국, 남아공, 호주 등지에서 발견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분간은 더 지속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석유수요 회복에 대해 낙관하기만은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더라도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정상화되는 기준인 배럴당 60달러 이상은 도달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