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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각오’ KIA 떠나는 양현종, 가시밭길 결심 배경


입력 2021.01.30 23:57 수정 2021.01.31 07:4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KIA와 협상 이어가지 않고 빅리그 도전 결심

자칫 미아될 수 있는 우려에도 결기 드러내

양현종 ⓒ 뉴시스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다.”


양현종(33)이 가시밭길을 걷는다.


KIA 타이거즈는 30일 "양현종이 빅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다. KIA는 양현종의 결정을 존중하고, 자유계약선수(FA) 양현종과의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양현종은 구단을 통해 "저의 꿈을 위한 도전으로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구단에 죄송하면서도 정말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야구팬 여러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2007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양현종은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7년 첫 번째 FA 자격을 얻은 뒤에도 KIA에 잔류에 잔류했지만 이번에는 꿈을 누르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미국 무대서 선수로서 꿈을 펼쳐보겠다는 의지의 작동이다.


양현종은 4년 계약을 제안한 KIA를 떠나 해외 진출을 위해 끝장을 보겠다는 결심 아래 가시밭길을 향한다. 메이저리그 특정 구단과 확고한 약속에 근접한 것도 아니다. 미국 빅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전력 보강 마무리 단계에 있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구단들은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영입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는 “정말 FA시장이 얼어붙었다. 내 에이전트도 이렇게 지지부진한 시장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흔든다”고 말한 바 있다.


팀 내 고액 연봉자였던 다르빗슈를 비롯해 프란시스코 린도어·블레이크 스넬 등이 재정 악화로 트레이드됐고, 지난 시즌 사이영상 수상자 트레버 바우어도 아직 계약하지 못했다. 일본의 간판투수 스가노 도모유키(32)가 포스팅에 실패했다.


양현종 ⓒ 뉴시스

FA 신분이라 김하성처럼 포스팅비(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 양현종은 연봉·계약기간에 대한 욕심도 접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내려놓았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40인 로스터 계약을 하더라도 빅리거 신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33세의 나이로 마이너리그 생활도 각오해야 한다.


실패했지만 나이와 여건을 떠올릴 때, 오히려 앞선 두 번의 도전 시기가 좋았다. 하지만 양현종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오프시즌 내내 “나중에 정말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왔던 양현종은 보장된 에이스의 꽃길을 뒤로하고 아무것도 약속받지 못한 미개척지로 떠난다. 자칫 미아가 될 우려도 있지만 양현종이 참기 어려운 괴로움은 포기에 따른 후회다.가시밭길을 선택한 이유다.


KIA는 "그동안 타이거즈에 헌신한 양현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양현종이 미국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지금 보여준 양현종의 결기라면 기대와 희망을 품는 것은 지나친 욕심은 아니다.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등 국내서 동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좌완들이 빅리그에 안착한 상황에서 양현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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