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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연임①] 사퇴 요구했던 김예지 의원 “이번엔 꼭 폭력 근절”


입력 2021.02.01 10:44 수정 2021.02.01 10:46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이기흥 회장 당선에 “유권자 선택...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체육 지도자 절대 권력 갖지 못하도록 구조 변화 촉구

은퇴 선수 재사회화 지원 등 제도적 기반 구축도 주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망 사건에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가 열린 지난해 7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작년(2019년) 1월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이기흥 회장 체제에서는 자정이 어렵다. 2016년 미국 체조 주치의 성폭행 사건 때 미국올림픽위원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체조협회 이사 전원도 사퇴했다. 두 번의 기회면 충분하다.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 수장 자격이 없고, 개혁을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그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하면서, “이 문제(엘리트 체육계 폭력)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세심하게 관찰하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재임 기간 스포츠 인권과 관련된 문제가 계속 발생했고, 심지어 선수가 죽음에 이르렀지만 ‘앞으로’만 되풀이했던 이 회장은 지난달 ‘반 이기흥’ 세력의 단일화 불발 속에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연임에 성공, 새로운 임기 4년을 맞이한다.


김예지 의원은 이기흥 회장 연임 확정 후 데일리안과 만난 자리에서 “(이기흥 회장이) 체육인 포함한 체육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체육계 수장이 됐다. 이번 임기에는 다른 중요한 일들도 많겠지만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체육계 폭력‧성폭력 포함 각종 비리가 꼭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올림픽 사무관장과 아마 스포츠 단체를 총괄 지도하고, 연간 4000억원의 예산을 주무르며 대한민국 체육과 체육인들의 명운을 책임지게 된 이기흥 회장은 지난달 당선증 수령과 동시에 새로운 4년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따른 체육환경 전반의 변화, 불확실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 등 산적한 과제를 언급하면서도 “체육계 폭력·폭행 근절을 위해 장흥에 체육인교육센터 설립, 매년 10만 명씩 체육인 인성교육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예지 의원은 “체육인 인성교육, 처벌강화 등을 통한 사전 예방 및 2차 피해 예방 등의 방법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왜 이런 체육계 폭력‧성폭력 비위행위가 사라지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해결책 강구를 주문했다.


이어 “체육계 폭력‧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보면 주로 선수가 피해자, 지도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지도자는 선수의 상급학교 진학, 출전 여부 결정 등 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다. 따라서 선수들이 본인의 미래를 위해, 본인에게 2차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신고하지 못하고 속으로 억누르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신고로 인해 팀이 해체되거나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신고를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경우에도 지난해 사건 이후 여자팀은 아직까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 원인 제거가 아닌 꼬리 자르기 식의 대처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대한체육회가 객관적인 선수 평가 방법 구축 등을 통해 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체육계 구조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또 “선수들은 약자다. 선수 생활을 그만둘 각오까지 해야 폭력ㆍ성폭력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에서는 중도 이탈 또는 조기 은퇴한 선수들의 재사회화가 어렵다. 불확실한 미래만 있을 뿐이다. 본인의 불확실한 미래가 문제 제기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운동선수의 보다 실질적인 학습권 보장(특화된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육, 인턴십 등을 통한 은퇴선수 재사회화 지원 등 ‘은퇴 후에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가믈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 대한체육회

김예지 의원은 ‘성과급 잔치’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김 의원은 “기관들이 경영평가를 통해 성과를 인정받아 그에 합당한 성과급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체부의 기관 평가, 대한체육회의 자체 경영평가 시 ‘사회적 물의 사건과 대상'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가 진행되도록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한체육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전 국가대표 지도자의 상금 유용 의혹 등 ‘팀 킴 사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성폭력 폭로 등 ‘체육계 미투’가 잇따랐던 2018∼2019년 경영실적보고서를 내며 “일반선수 폭력·성폭력 경험이 감소했다”고 자평했다.


보고서에는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성폭력 경험이 2016년 3.0%에서 2018년 2.7% 감소했고, 체육인들의 (성)폭력 인식 개선도 2017년 66.36%에서 2018년 68.63%로 향상됐다”고 적혔다.


심석희 국가대표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에게 장기간 폭력을 가한 조재범 코치 사건, 김경두 전 컬링경기연맹 회장 대행 일가의 전횡에 대한 컬링 팀킴의 호소가 수면 위로 드러났던 해의 보고서 내용이라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에 지난 3년간 동일한 경영평가 점수(보통C 등급)를 줬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체육회는 2019년 1억1100만 원 포함해 지난 3년간 총 8억 원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한체육회는 심석희 선수가 힘들어할 때, ‘팀 킴’이 힘들어할 때, 국민 세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이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경영평가를 받아야 할 시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앞으로 잘하겠다” “앞으로 세심하게 관찰하겠다” 등 이기흥 회장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앞으로를 말했다. 이 회장이 말한 ‘앞으로는’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모든 체육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체육계를 넘어 공분했던 국민들도 이기흥 회장이 이끌어갈 대한체육회의 ‘앞으로’를 지켜보고 있다.


체육계 내부에서는 "이 회장은 반복적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연임한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와 실수는 ‘무능’이라는 날카로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도 또 버틴다면 무책임한 행동에 따른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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