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선·벌크선 운임 고공행진…수요회복 흐름에 올해 전망 '맑음'
탱커선 운임 전년비 85%↓…넘치는 재고에 물동량 회복 '발목'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시황이 빠르게 회복되는 반면, 탱커선 시장은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진정되면서 올 한 해 산업수요는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항공 등 교통수요는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해상 석유 물동량 회복도 지지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9일 기준 2861.69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443.54포인트 대비 2배가량 뛴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진정 후 보복적 소비가 증가하면서 컨테이너선 수요는 올해도 충분할 것"이라며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각국의 재정 지출로 수요는 예상을 상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벌크선 운임 기준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 28일 1470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115포인트 대비 31.8% 상승한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상품·원자재 등 전반적인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춘절 이후에는 운임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컨테이너선, 벌크선 시장엔 훈풍이 불고 있지만 탱커선은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나이지리아 보니~인도 노선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지난해 4분기 평균 운임은 262만 달러(약 29억24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64.3% 낮았다. 네덜란드~싱가포르 노선의 VLCC 평균운임도 같은기간 64.9% 낮은 351만 달러(약 39억1700만원)를 기록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9년 4분기 운임은 중국 선박 제재로 비정상적인 상승이 있었지만 이러한 효과가 없는 2018년 4분기와 비교해도 구간별로 약 6~15% 낮은 수준"이라며 "침체된 탱커선 수요로 시황이 개선 전인 2018년 수준까지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올 한 해 동안에도 시황 개선은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주요국의 코로나 집단면역 형성이 올해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와 이동 자유에 의한 석유 수요 개선 기대감이 낮은 탓이다.
아직까지 많은 선박이 저장용으로 사용될 정도로 재고가 충분하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저장 수요에 동원된 유조선은 101척, 2470만 재화중량톤수(dwt)로 2019년 말 대비 57.5%나 많은 수준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세계 석유 소비가 증가해도 재고가 이미 충분한 탓에 해상 석유 물동량 회복은 둔화될 것"이라며 "석유의 교통수요 정상화가 어렵다는 점, 다량의 석유 재고 및 저장용 선박수요 현황 등을 감안하면 올해는 시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이어 "다만 내년에는 유럽연합의 선박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기존 선박 에너지효율지수(EEXI) 규제 도입 등의 주요한 환경규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노후선들의 조기 폐선 증가를 통한 공급 조절이 시황 개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