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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止止止' 새긴 홍남기…총리직 걸고 전국민 지원 반대 관철할까


입력 2021.02.04 07:00 수정 2021.02.04 08:55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홍남기 사전에 더 이상 물총리는 없다

김태년 버럭 안 통했다 "보편지급 반대"

與의원들 십자포화에도 굽히지 않는 홍

'울먹인 게 아니냐'는 보도에 적극 반박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지지지지(知止止止)'란 의미심장한 표현을 썼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이다. 본인의 거취를 깊이 있게 고민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부총리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홍 부총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담백하게 나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의연하고 담백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면서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썼다.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직후 이 대표가 언급한 보편·선별 지원 병행 추진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뒤 이같이 쓴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기재부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과 고귀한 열정, 그리고 책임감 있는 사명감과 사투 의지를 믿고 응원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정치권을 대항할 대상으로 규정하며 쓴 '사투 의지'라는 표현도 사실상 그가 처음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진퇴양난' 홍남기, 더 이상 물총리는 없다
김태년 버럭에도 '완강' 뛰쳐나간 與원내대표
여당 의원들 십자포화에도 굽히지 않는 '홍'
자신에 공세 편 이 대표 치세우는 여유까지


홍 부총리는 작년 11월에도 대주주 기준을 놓고 빚어진 당정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한 차례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즉각 반려되면서 짜고 친 정치쇼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또한 지난해 1·2·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등을 두고 여당과 충돌하다 결국 물러서면서 '물총리', '홍백기'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본인의 거취를 간접적으로 거론함과 동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수위가 예사롭지 않아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기재부 안팎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식 석상에서 당정 간 극명한 입장차가 표출된 건 사실상 처음이기도 하다.


'선별적·보편적 재난지원금을 동시에 논의하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홍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당정 갈등에 불 붙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일 당·정·청 회의에서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기싸움 끝에 김 대표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만들었다. 20여 분간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회의에서 김 원내대표가 '보편과 선별을 모두 담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했으면 좋겠다. 기재부가 협조해 달라'고 했지만, 홍 부총리는 '우리는 못 하겠다'며 끝까지 맞받아쳤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김 원내대표는 "당은 피해계층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담은 4차 재난지원금을 끝까지 추진할 거예요!"라고 외치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홍 부총리는 지지 않고 끝까지 "저는 못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당시 자리에 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홍 부총리처럼 완강하진 않았지만 기재부 의견에 동조하는 쪽이었다. 김 실장은 "지금 전 국민 지원 얘기를 꺼내는 건 이르다"라고 얘기했다. 추가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재정 여력을 감안해 신중하게 지급하겠다는 홍 부총리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반발' 다음날인 3일 민주당 의원들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염태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지난주에 정부여당은 한 몸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홍남기 부총리께서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홍 부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설훈 의원은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곳간지기로서 자격이 없다. 그런 인식이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는 여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됐다"고 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굽히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연설을 그 자리에서 들었는데, 공직 생활하면서 가장 격조 있는 연설이었고 정책콘텐츠가 탄탄한 대표연설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과 추경 관련해서 말했는데 혹시 정부와 다른 이견 사항에 대해서 확정적인 걸로 전달될까 봐 재정 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공세를 편 이 대표를 치켜세우며 예의를 갖추면서도 정제된 언어로 반대 입장을 관철한 것이다.


이날 홍 부총리가 기자들에게 말하던 와중 눈가가 촉촉했던 모습을 놓고 '울먹인 게 아니냐'는 보도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눈물 논쟁'이 벌어지자 기재부는 "보시는 분의 판단일 수 있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는 부총리님의 입장을 추후 보도에 반영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사실과 다름을 문자 메시지로 입장을 알려왔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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