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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지 않는 군대로는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


입력 2021.02.08 07:00 수정 2021.02.07 17:13        데스크 (desk@dailian.co.kr)

대법원장이 명백한 거짓말

국방백서의 부정직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부정직

군 수뇌부마저 부정직

GOP 철책.ⓒ 데일리안 DB.

정말 우리는 문재인 정부를 통하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확실하게 경험하게 디는 것 같다. “3부요인(三部要人)” 중 한 사람이 대법원장이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그러고도 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북핵 위협은 너무나 심각하여 전 세계가 걱정할 상황인데, 정작 그 당사국인 한국의 국방부 장관은 자신만만하다.


대법원장이 명백한 거짓말


2021년 2월 3일 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당사자인 임성근 부장판사는 4일 녹취록을 공개하였다. 녹취록에 의하면 대법원장은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국회가)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러고도 대법원장은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언급한 후 아무런 책임 있는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


이 외에도 현 정부 들어서 명백한 거짓말의 사례가 매우 많고, 정부가 지향하는 숭고한 목적으로 달성하는 방향이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530개의 파일을 몰래 삭제하자 정부와 여당은 이를 처벌하기보다는 감싸는 데 급급하다. 그중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준다는 파일이 문제가 되자 어느 여당 국회의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 문건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 만든 것이었다고 하다가 산업부에서 그렇지 않다고 하다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추정이었다”면서 넘어갔다. 언제부턴가 거짓이 일상화되어 무감각해지고 있고, 이제는 탄로가 나도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다.


국방백서의 부정직


현 정부의 부정직인 안보 분야에서도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북핵 위협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고, 군은 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왕조처럼, 6·25전쟁 직전의 이승만 정부처럼 현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만 급급하다.


미국 랜드 연구소의 베넷(Bruce Bennett) 박사는 지난해 10월경에 북한이 5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200~300개를 목표로 증강을 지속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미국 과학자협회(FAS)에서도 2020년 4월 현재 북한이 이미 35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는 국방“백서(白書)”가 며칠 전에 공개되었지만, 거기에는 북한의 핵무기 숫자는 전혀 없다. 북한은 “플루토늄 50여 ㎏”과 “고농축 우라늄(HEU)도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위협을 평가한다면서 핵무기를 제외하는 것은 부정직 아닌가?


더군다나 국방백서에서 밝히고 있는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의 양은 2016년의 국방백서, 2018년의 국방백서와 내용이 동일하다. 국방부의 발표대로라면 북한은 2017년에서 2020년까지의 4년 동안 핵연료 확보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전 세계 정보 및 연구기관들은 그동안 북한이 핵연료를 지속해서 확보했고, 그것으로 핵무기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방부가 북핵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거나,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과거 자료를 수접없이 국방백서에 공개하고 있다. 이것도 부정직 아닌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부정직


2018년 3월 6일 정의용 안보실장은 그 전날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서 확인했다면서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라고 전달했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4월에 예전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한다”라며 반대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라고도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남북 사이에 3회의 정상회담이 추진되었고, 미북 사이에 2회의 정상회담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기는커녕 그동안 핵 무력을 지속해서 증강하고 있다. 정의용 안보실장이 거짓말을 했거나 현 정부가 북한에 완전히 기만당한 것 아닌가?


실제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북한은 2019년과 2020년에는 17회에 걸쳐서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첨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청하여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게 했다. 나아가 북한은 2021년 1월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는 그를 통하여 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였고, 열병식에서 미 본토 공격을 위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과시하여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면 미 본토의 수개 도시에 핵으로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심각한 위협을 국민들에게 전혀 보고하지 않고 있다. 부정직하거나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군 수뇌부마저 부정직


이제는 군 수뇌부마저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명분으로 허위이거나 과장된 보고를 하게 된 것 같다. 2018년 9월 제3차 평양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의도를 군사분야합의서를 체결하여 휴전선 부근의 쌍방 군사 활동을 제한하기로 하였다. 정직한 군대라면, “비핵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지원하기 위하여 다소의 문제점을 각오하더라도 북한과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고, 그를 위한 보완책을 강구하겠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그 직후 취임한 국방부 장관은 2018년 10월 13일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의 정기총회에서 군사 분야 합의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남북 군사합의서 내용 및 그 이행으로 군사대비태세가 약화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면서 “이를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휴전선 부근에서 정찰 활동과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군사대비태세에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인가?


현 국방부 장관은 1월 27일 있었던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시험 발사까지 마친 북한의 미사일은 충분히 탐지·요격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대비 태세가 확실하니까 이를 믿고 안심해도 좋다고 국민들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발사지점에 도착한 후 5분 이내에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고체연료용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고 있어서 한국이 이를 파악하여 공격하는 소위 ‘킬 체인(Kill Chain)’의 가동이 어렵다. 또한 한국은 북한과 인접하고 있어서 미사일 요격에 필요한 거리와 고도를 확보하기 어렵고, 전반적인 미사일 요격능력도 미흡하다. 어떤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지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의도적 과장 또는 부정직 아닌가?


또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대부분 ‘전환’이라고 말하지만, ‘환수’라는 말이 정확하다)의 경우에도 북핵 위협 상황에서는 상당한 위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면서 미군을 부사령관으로 격하시키고, 한국군이 한반도의 전쟁 억제와 방어에 대한 주된 책임을 갖는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미군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것이고, ‘핵우산(nuclear umbrella)’의 제공은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며, 무엇보다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도 군 수뇌부는 이를 조기에 구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무책임하지 않은가?


일부에서는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우리의 자존심이 강화된다는 점에 유혹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미군은 한미연합사의 작전 통제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한국군만 지휘하는 직책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핵무기를 한번 본 적도 없고, 핵 교리를 공부한 적도 없는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이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억제 및 방어한다는 것인가? 정직하다면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은 북핵 대비태세 등 군사적으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권 강화라는 정부의 방침을 최대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대답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강한 국방, 더 강한 연합방위 체계를 만들기 위한 시대적 과업”이라며 “책임국방을 위해 내 재임 기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변하였다.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정치적 편의주의(political correctness)’에 의하여 대통령 의도에만 충실하겠다는 자세, 넓은 의미의 부정직 아닌가?


정부의 “정직성”부터 정비해야


대법원장은 자신의 명백한 거짓말이 드러났지만 불분명한 기억에 핑계를 대면서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군 수뇌부도 자신의 부정직을 인정하거나 시정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말로든 당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직이 드러나지 않으면 성공하는 것이고, 드러나면 모호한 말로 얼버무리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이게 나라인가?”


모든 부정직은 국가사회를 심각하게 좀먹지만, 군 수뇌부의 부정직은 국가를 패망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 적의 위협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대비태세가 미흡하면서도 걱정하지 말라는 것은, 도둑을 못 본 채 하고, 집의 자물쇠를 점검하지도 않은 채 이상이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가장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군대에서는 “허위보고”를 엄중하게 처벌하였다. 그런데 허위보고를 엄단해야 할 군 수뇌부가 정치적 편의주의에 빠져서 정직과 부정직을 크게 의식하지 않으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1988년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이라는 목사가 출판한 후 1년 가까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100여 개 국 이상에서 번역되어 출판되었던 책이 있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라는 책이었다. 우리는 모두 유치원 교육으로 되돌아가서 정직의 덕목이 갖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학습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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