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 K5, 셀토스 등 동급 현대차 모델 압도…'카니발'도 한몫
올해 K7, 스포티지 풀체인지 모델 출시로 연간 실적 우세 가능성도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고 새 출발을 선언한 기아가 새해 첫 달부터 ‘형님’ 현대자동차를 뛰어넘고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1월 국내 시장에서 승용 및 RV(레저용 차량) 3만7045대를 판매해 같은 기간 3만5562대에 그친 현대차를 누르고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네시스와 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제외한 실적이다.
그동안 기아는 현대차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여겨져 왔다. 대부분의 부품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파워는 현대차가 우위에 있으니 항상 기아가 판매량에서 뒤쳐졌었다.
하지만 일부 차급에서 기아가 뛰어난 디자인의 모델들을 내놓으면서 현대차가 마냥 우위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판매실적에서는 현대차의 승용·RV 판매량(제네시스 제외)이 52만1017대로 기아(48만8335대)보다 3만대 이상 앞섰다.
다만 월별 판매실적에서는 기아차가 앞선 때도 있었다. 지난해 1월 3만2617대를 판매한 기아가 현대차(3만2460대)에 소폭 앞섰다. 이때는 기아의 ‘디자인의 승리’로 불리는 K5 3세대 모델이 본격 판매된 시점으로, 당시 K5 8048대가 팔리는 동안 현대차의 동급 차종 쏘나타는 6423대에 그쳤다.
지난해 9월 기아는 또 다시 현대차를 넘었다. 4만4982대를 판매하며 현대차(4만2418대)를 2000대 이상 앞섰다. 당시 새로 출시된 4세대 카니발 판매가 본격화되며 1만대 판매를 돌파한 게 결정적 원인이 됐다.
올해 1월에는 양사 모두 특정 차급에서의 신차 출시 이슈는 없었지만 기아가 여러 차급에서 우위를 보이며 현대차보다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특히 RV 분야에서 기아의 우세가 확연했다. 1월 RV 판매실적은 기아가 2만2614대, 현대가 1만7271대로, 5000대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소형 SUV 셀토스가 3982의 판매실적으로 현대차 코나(1196대)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앞선 것을 비롯, 중형 SUV에서도 기아 쏘렌토가 7480대 팔리며 현대차 싼타페(4313대)를 압도했다.
대형 SUV에서는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3818대로 기아 모하비(896대)보다 판매가 많았지만, 수요층이 겹치는 다인승 차량 부문에서 기아의 미니밴 카니발이 8043대나 팔리면서 열세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준중형 SUV에서는 신차 효과가 한창인 4세대 투싼이 6733대나 팔리며 기아 스포티지(1143대)보다 높은 인기를 과시했지만, 스포티지 역시 올해 5세대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본게임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현대차가 강세를 보여온 승용 부문에서는 1월에도 현대차가 우위를 점했다. 현대차는 1만8291대, 기아는 1만4431대를 팔았다.
준대형 세단에서의 격차가 결정적이었다. 이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현대차 그랜저가 8081대나 팔린 반면, 기아 K7은 1709대에 그쳤다. 지난해 풀체인지를 거친 준중형 세단 아반떼(6552대)도 모델 노후화가 심한 K3(1346대)를 압도했다.
그나마 중형 세단에서 1년 넘게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기아 K5가 5440대의 판매실적으로 현대차 쏘나타(3612대)를 누르며 열세를 일부 만회했다. 현대차에는 없는 경차 모닝(2578대)과 레이(2646대)의 존재도 기아의 판매실적에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연간 판매실적에서는 승용과 RV만 떼놓고 비교해도 현대차를 넘은 전례가 없는 기아차가 올해는 ‘하극상’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기아는 올해 스포티지와 K7 등 볼륨 차급(수요층이 넓은 차급)에서의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새해 첫 달 보인 우세를 연말까지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는 제네시스(GV70, G90)를 제외한다면 신차 출시계획은 많지 않다. 다만 현대차는 그동안 포터와 플랫폼을 공유해 상용차로 분류되던 스타렉스를 대체해 카니발과 같은 플랫폼을 갖춘 미니밴 ‘스타리아’를 올해 중 내놓는다는 방침이라 이 부분에서 변수가 예상된다.
스타리아는 차종 분류에서도 ‘RV’에 편입돼 기아 카니발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CV(프로젝트명)’간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아이오닉5은 올 3분기 출시 예정이라는 점에서 하반기에나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CV보다 판매 기간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가 현대차와의 통일성을 제거한 엠블럼을 론칭했고,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가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간 경쟁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