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 공동운영, 야권통합 촉매 역할 가능
재보선 여권 패배시 개헌론 분출 가능성 충분
김종인 "여권서 개헌 논의 나오지 않을까 싶다
다음 대선 앞두고 개헌 얘기 자연히 나올 것"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야권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재보선 이후 내년 3·9 대선 이전의 정계개편과 야권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서울시장을 탈환해온 경험이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위한 정계개편의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유주의 상식 연합'을 제안한 바 있다. 반(反)자유·비(非)상식의 상징인 문재인정권에 맞서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까지 포함하는 자유주의·상식 세력의 대연합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14일 자신이 연합의 대상으로 거론했던 금태섭 전 의원과 공동으로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이 자리에서 나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앞서 제안한 '자유주의 상식 연합'에 대해 "가장 오른쪽에 있는 분부터 진중권·서민 교수까지도 같이 할 수 있는 연합"이라며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세력이 새로운 정치 플랫폼을 만들어 변화·개혁을 가져오는 게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재보선 이후 야권발 정계개편의 불가피성을 역설해왔던 금 전 의원도 "선거 뿐만 아니라 선거를 지나서도 어떻게 힘을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시정(市政)의 공동운영' '연립시정' 등을 내세우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전날 MBN에 출연해 "나는 중도우파로 안철수 후보와 노선이 다르지 않다"며 "서울시를 함께 힘을 모아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하는 형태의 단일화가 된다면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기대해볼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사표를 낸 이튿날부터 '연립시정'을 내세웠던 안철수 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단일화의 의지가 있고 진정성이 있다는 말로 받아들인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보선 직후 서울시정의 국민의힘·국민의당 공동 운영이 시작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정계개편과 야권통합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재보선에서 여권이 패배하게 된다면, 재보선 이후 여권발로 개헌론이 분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보선 이후 대선 전까지의 정국이 개헌론과 정계개편론, 두 개의 축으로 굴러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달 대선 출마를 위해 당대표에서 물러나면 민주당은 새로운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새 당대표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앞서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설 명절 전에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면 여권에서 개헌 논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점쳤다.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내가 보기에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 개헌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이달초 SNS에서 "정권 초기에는 뭣하다 지지율 빠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개헌론"이라며 "진부한 클리셰는 죽지도 않고 찾아오는 각설이냐"고 말했다. 정권 말기 여권발 개헌론이 다시금 분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내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권에는 '현재권력'이 보기에 흡족한 유력 '미래권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야권에는 뚜렷한 대권주자 자체가 없는 '힘의 공백' 상황"이라며 "이러한 여건 속에서 재보선 이후 개헌론이 급격히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