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기존 '무작위 여론조사' 단일화 방안 두고 평행선
국민의힘,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 제안 가능성
사전 신청 선거인단에 투표권 부여…많은 표본수 담보
국민의당 받을 경우 '여론조사 문항' 갈등에도 '청신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 최종 후보 선출 경쟁을 앞두고 '제1야당' 국민의힘과 '제3지대 단일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단일화 여론조사에 사용될 문항을 둘러싼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인데, 국민의힘이 이 같은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이 아닌 '제3의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해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신경전은 2일 계속해서 이어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기호 2번 국민의힘이냐, 기호 4번 국민의당이냐 이걸 강조했을 때 과연 국민의당의 4번을 가지고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냐"며 "제3지대 후보로 단일화가 돼서는 이길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룰에 대해 "여론조사 말고 다른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우리 당의 후보가 확정된 다음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새로운 차원의 방안을 고안해 제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러한 입장은 단일화 룰에 대한 물밑 논의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위한 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야권 후보로서의 적합도'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당 측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경쟁력 여부를 묻거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정당명'을 삭제하고 이름만 나열해 여론조사를 하자고 주장해왔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 측의 주장을 안철수 개인의 유명세에 기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바 있다.
김 위원장도 이날 국민의당 측의 주장을 겨냥해 "단일화를 위한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했을 때 안 후보가 응해야 하는데, 본인이 유리한 조건만을 제시해서는 단일화가 될 수 없다"고 쓴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같은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권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의힘 후보 선출 이후 전체 야권 단일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명분 없는 주장"이라며 "시민들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원하는 요구에 책임감 있게 대응하지 못 하는 주장이다. (안 후보의 전날 '단일화에 찬물 조심' 발언은) 이 같은 부분들에 대한 인식 재고와 환기를 위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룰 선정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제3지대 단일 후보의 선출도 100% 여론조사 방식이었고, 제1야당 국민의힘의 후보 선출 방식도 100% 국민 여론조사다"라며 "100% 국민 여론조사의 방식을 최종 야권 단일후보 선출 방식으로 하는 것은 따로 주장을 할 필요 없이, 야권에서 시민들의 뜻을 받들기 위한 방식으로 이미 받아들여진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여론조사에 사용될 문항에 있어서도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들이라면 이름 앞에 수식어(정당명)가 필요가 없고 이름 석 자를 가지고 시민들이 판단할 정도가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 주장대로) 적합도가 좋은 후보가 됐는데 여권 후보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단일화 실무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비대위 산하 비전전략실은 갈등을 자아내고 있는 현재의 여론조사 방안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경쟁 방식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유력한 대안으로는 여론조사업체에서 무작위로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응답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미리 등록을 신청한 선거인단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과 일반인을 구분하지 않으면서도 무작위 여론조사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표본수를 담보해 '100% 시민 여론을 청취하자'는 기존의 취지를 살린다는 복안이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여론조사 방식 외에도 (서울시장 후보 등록일 전까지) 2주라고 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야권 측의 스크럼을 완전히 완벽하게 짜줄 수 있는, 그리고 시민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단일화 경선을 생각할 수 있다"며 "여론조사 응답자 1000명이 참여해서 야당의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것보다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체로 참여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야당의 단일 후보를 선출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세 가지 장점으로 △단일화의 편한 승복 △중도층·태극기를 아우르는 야당 세력 재결집의 스크럼 형성 △단일 후보 선출 후 본선 공동 선거운동 과정 원만을 꼽으며 "그런 여러 가지 장점들을 생각해보면 안철수 후보 측도 합리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을 한다. 정치개혁의 명분상 그리고 정치적 어떤 선진화의 명분상으로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이 사용될 경우 여론조사 문항 문제에서도 국민의당 측 주장을 대폭 수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여론조사 문항에서 조금 양보하더라도 정당 지지율과 조직력 면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대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실장은 "질문 문항을 놓고 논의를 하겠지만 추후에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저희들이 할 생각이 있고 합리적으로 안 후보의 요구를 수용할 생각도 있다"며 "야당의 아름다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본선에서 여당을 이겨낼 수 있는 야당의 모든 제 세력들과 야권의 지지층들을 스크럼으로 확실하게 짜줄 수 있는, 시민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단일화 방식을 고민을 더 해서 이 두 가지를 같이 이야기하면 좋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민의당 측은 국민의힘으로부터 제기된 '제3의 방안' 가능성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안 후보는 이날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현장 방문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실무협의가 시작되면 서로 심도 있게 의논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 또한 "초기에 미스트롯이나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하겠다는 의견들이 야권의 단합을 도모하는 취지에서 나왔던 사실은 있지만 그 이후에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면서 실제 구체적으로 검토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야권이 가장 두려워 해야 할 점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후보가 합쳤을 때 시너지를 일으켜 지지율 면에서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 측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외면 받는 '마이너스 알파'의 부작용을 내는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의힘이 제안할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아야 하겠지만 한 쪽에 유리하게끔 편중된 방식이 아닌, 합리성을 담아낸 안이라면 국민의당도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