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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사생활 ‘의혹’에는 편집 없던 방송가, 왜 ‘학폭’에는 민감할까


입력 2021.03.05 08:38 수정 2021.03.05 08: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조병규, '놀면 뭐하니' 편집·'컴백홈' 하차

'맛남의 광장' 이나은 출연분 통편집 결정

박혜수 주연 드라마 '디어엠' 첫 방송 연기

ⓒ뉴시스, HB엔터테인먼트

학교 폭력(학폭) 논란에 방송가의 태도는 매우 민첩하다.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출연진의 분량을 잘라내고, 예정했던 방송을 미루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 심지어 과거의 흔적(작품)까지도 지우고 있다. 이는 현재 연예계를 휩쓴 학폭 논란의 심각성이 반영된 현상이다.


앞서 출연진 개인을 둘러싼 사생활 등의 각종 논란이 불거졌을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가장 최근의 일로 홍진영의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MBC ‘음악중심’ ‘인기가요’에 출연해 신곡 홍보를 하고, 고정 출연 중이던 SBS ‘미운 우리 새끼’에도 편집 없이 그대로 등장했다. 그러다 홍진영이 표절을 인정, 사과한 후에야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 ‘미운 우리 새끼’ 등에서 하차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전 매니저에게 13년간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신현준도 당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새 가족으로 합류했고, 촬영 분은 그대로 전파를 탔고,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 했던 배우 박은석도 강아지 파양 논란과 허위사실 유포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지만, 방송사는 편집 없이 그의 분량을 모두 송출했다. 또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던 엑소 찬열도 SBS ‘정글의 법칙 in 울릉도, 독도’에 고스란히 모습이 비춰졌다. 지난해 방송된 채널A ‘하트시그널3’ 역시 방송 전 다수 출연진에 대한 과거 학폭 의혹이 불거졌고, 방송 중에도 논란이 이어졌지만 이와 관련해 분량 편집은 없었다.


이밖에도 많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사실로 밝혀지기 전, 의혹만 있는 상태에서 출연진의 방송 분량을 들어내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범죄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출연진의 분량을 편집하는 건 제작진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 의혹이 불거지면 제작진이 논의를 거치긴 하지만, 소속사 차원에서 이를 부인한다면 대부분 의리, 믿음을 토대로 예정대로 방송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방송을 편집함으로써 ‘의혹’이 ‘사실’처럼 비춰질 우려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예계 학폭 폭로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싱어게인’은 출연자인 요아리를 둘러싼 의혹에도 편집을 하지 않는 것을 택했고, TV조선 ‘미스트롯2’는 진달래가 학폭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자진 하차를 결정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방송에 담아냈다. 물론 ‘미스트롯2’의 경우는 가해자로 확인된 출연자를 방송에서 미화해 그려냈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었다.


그러나 최근 SBS ‘맛남의 광장’은 이나은의 분량 통편집 방침을 밝혔고, 드라마 ‘모범택시’도 이나은을 홍보 영상 촬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조병규 역시 앞서 MBC ‘놀면 뭐하니?’에서 대부분의 분량이 편집됐고, 유재석과 MC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던 KBS2 ‘컴백홈’ 출연이 무산됐다. 박혜수가 출연하는 KBS 드라마 ‘디어엠’도 첫 방송을 연기하고, 홍보 일정에서 박혜수를 제외시켰다. 소속사 역시 의혹이 불거진 아티스트의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추세다. 이들은 모두 학폭 의혹을 부인하며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과거 출연진을 믿고, 무편집 입장을 내놓던 방송가의 태도가 달라진 것에는 이번 학폭 논란이 대부분 법정 싸움으로 번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병규, 박혜수, 이나은 등의 소속사는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실제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재판으로까지 번질 경우 승패와 무관하게 프로그램에 적잖은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번 학폭 논란은, 간헐적으로 특정인에 향해 있던 과거와 달리 스포츠 선수로부터 시작해 연예계, 일반인까지 광범위하게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전 국민이 학폭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실이 아닐지라도 의혹을 받고 있는 출연진을 품고 가기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또 “심지어 가해자로 지목된 대부분의 연예인이 법적 대응 방침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 후에 재판으로까지 가게 되면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작정 출연을 강행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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