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은 부정부패' 벌써 실화?…조사대상 최대 10만 명
강제수단 동원한 검찰 '수사 노하우' 절실…野 "경찰이 수사하면 진짜 괴물 다 빠져나갈 것"
윤석열 "LH 사건은 망국적 범죄…대대적으로 수사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조사 주체에 검찰이 빠지면서 '부실수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LH 투기 의혹 사건은 중대범죄로 분류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출범한 LH 투기 의혹 사건 정부합동조사단은 조사 대상자들의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바탕으로 3기 신도시 관련 지역의 부동산 거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1차 조사 대상으로 국토부 본부와 지방청 공무원 4000명, LH 소속 직원 약 1만명 등 1만4000명을 꼽았고, 필요할 경우 공직자의 형제, 사촌, 지인 등으로도 조사 대상을 확대하겠단 방침이다. 전체 조사 대상이 최대 10만명을 웃돌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합동조사단에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한 것을 두고 각계는 '셀프 면죄부 시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하는 당시 벌어진 일로, 이른바 '잠재적 수사대상'으로 꼽히는 변 장관이 투기 조사에 나서는 건 '꼬리 자르기', '제 식구 봐주기' 식 수사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합동조사단에 검찰이 빠진 데 따른 부실수사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검찰은 과거 1·2기 신도시 수사로 대규모 부동산 투기 수사의 노하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이번 LH 사건 수사에선 배제됐다.
각 계는 광범위한 조사나 계좌추적·압수수색 등 강제 수단을 동원한 객관적인 물증 확보를 위해선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통해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수사기관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구애받지 말고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이 부동산 투기 수사를 하는 이유는 전문적인 수사 기법과 수사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범죄 수법과 양태에 대응해야 하는데 경찰이 수사하게 되면 진짜 괴물들은 다 빠져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의 본심이 투기세력 발본색원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행령을 고쳐 검찰의 전문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LH 투기 사건을 '집중지휘사건'으로 지정해 수사 전 과정을 국수본에서 총괄 지휘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빠진 수사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하며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적극 거들고 나섰다.
그는 이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부정부패는 금방 전염되는 것이고, 그걸 막는 것은 국가의 책무(責務)"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