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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vs 박철완 본격 '주총 레이스'…주주 표심은?(종합)


입력 2021.03.09 18:25 수정 2021.03.09 18:3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배당 규모 1158억 vs 3070억…사내·외 이사진 교체 놓고 표대결 전망

지배구조 개선 및 중장기 전략 어필…26일 주총 앞두고 '우군 확보' 치열

박찬구 금호석화그룹 회장(왼쪽),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금호석화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박 상무의 고배당 안건을 제외한 주주제안을 대부분 주주총회 안건으로 수용했다. 박 회장 역시 배당 규모 확대, 중장기 투자계획 등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움으로써 난국을 정면 돌파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9일 금호석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이 자리에서 박 상무가 제기한 주주제안이 안건에 포함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금호석화는 박 상무의 주주제안 중 이익배당(배당금) 관련 부분을 제외한 정관 변경,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내용을 대부분 안건으로 수용했다.


다만 박 상무가 제기한 총 3070억 규모의 배당 안건은 주주제안의 적법성 등을 놓고 현재 법원의 심리가 진행중인만큼 추후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대부분 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대신 본인 역시 여러 주주친화정책이 담긴 '반격 카드'를 준비했다.


배당 규모 1158억 vs 3070억…사내외 이사진 교체 여부 '관심'


먼저 금호석화는 회사 재무 상태를 고려해 기존보다 높은 배당정책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보통주 1주당 4200원(대주주 4000원)을, 우선주는 4250원을 배당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총 배당금은 115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 수준 보다 약 3배 늘어난 규모다. 금호석화는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최대주주 등에 대한 차등배당도 전년 대비 33%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배당정책 보다 상향된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5%의 배당성향을 앞으로 2~3년간 유지하고, 개선된 현금 흐름에 맞춰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외 배당 상향 정책을 추진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주친화정책은 꾸준한 실적 개선 및 안정적인 투자 여력으로 가능했다는 판단이다.


실제 작년 금호석화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7422억원으로 전년 대비103.1% 급증했다. 합성고무 부문에선NB라텍스가, 합성수지 부문에선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가 수익성 확대에 기여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NB라텍스 등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159.5% 급증한3454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도 전면 개선한다. 금호석화는 주주 가치 중심 이사회 운영을 담보하는 핵심 방안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성 및 합리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ESG경영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EGS위원회,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 간 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이해상충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위원회, 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도 각각 설치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독립 운영을 위해 해당 위원회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며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금호석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중장기 성장전략'ⓒ금호석화

지배구조 개선 및 중장기 전략 어필…26일 주총 앞두고 '주주 잡기' 치열할 듯


사내이사 교체 안건도 회사측과 박 상무의 주주제안이 각각 상정되면서 표대결이 예상된다. 금호석화는 사내이사로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인 백종훈 전무를, 박 상무는 본인을 추천했다.


회사측은 사외이사 후보로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인 이정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인 박순애, 가천대학교 석좌교수인 최도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인 황이석 등 총 4명을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최도성, 황이석 후보는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이기도 하다.


주주제안 측 안으로는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인 이병남, Dentons Lee 외국변호사인 Min John K, Facebook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인 조용범, 이화여자대학교 공과대학 환경공학과 교수인 최정현 등 총 4명을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이 가운데 이병남, Min John K 후보는 감사위원회 후보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금호석화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New vision’이라는 중장기전략을 수립, 2025년까지 매출액 9조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석화가 중장기 투자 전략·이사진 교체·상향된 배당 규모 등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우면서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박 상무의 주주제안과 치열한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 상무는 지난달 초 약 3070억원 규모의 고배당 안건과 이사진 교체, 사외이사 중 의장 선출, 자사주 소각,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냈다.


구체적으로 그는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했다.


여기서 박 상무 측이 우선주 배당금을 보통주보다100원(2%) 더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금호석화 정관·부칙 등에 따르면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당 배당금이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까지 높게 책정될 수 있다.


또 상법상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에 주주 제안이 회사 측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 요건을 맞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호석화가 박철완 측이 내건 고배당 안건이 상법과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하자, 박 상무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뒤 수정제안을 다시 냈다.


이후 박 상무측은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박 상무가 낸 주주제안을 금호석화가 받아들이라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박 회장을 압박했다.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일을 고려하면 가처분 신청 결과는 늦어도 11일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화는 법원 가처분 결과에 따라 고배당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상무의 주주제안이 금호석화 주총 안건으로 대부분 상정되면서 우군 확보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박찬구 회장과 자녀들인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의 지분을 합치면14.84%로 박철완 상무(10.0%) 보다4.84%p 앞선다.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표대결을 감안하면 최대한의 우군이 필요하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국민연금8.16%, 자사주18.36%, 소액주주48.62%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만한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은 만큼 사실상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율이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과를 사전에 공시한다.


박 회장과 박 상무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만큼 국민연금은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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