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박 상무 모두 안건 확정으로 '주총 레이스' 본격화
고배당·이사회 구성 변경·신사업 등으로 '주주 잡기' 나설 듯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의 경영권 분쟁이 장외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금호석화와 박철완 상무는 서로의 주장을 놓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편 앞다퉈 중장기 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우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주총회가 2주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더 나은 청사진을 내놓는 쪽으로 주주들의 표심이 기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전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박 상무의 고배당 안건은 주총 상정을 일단 보류하는 대신 배당 대폭 확대, 이사회 구성 변화, 신사업 강화 등을 담은 '뉴 비전'을 제시했다.
금호석화가 내건 '뉴 비전'은 핵심 사업 집중 육성 및 대규모 신성장 플랫폼 확보를 통한 지속 가능한 고성장 포트폴리오 확보를 골자로 한다.
앞으로 5년간 주요 사업 및 신성장 사업에 3~4조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매출 9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철완 "부적절한 투자로 저평가" 금호석화 "적정 가치 회복 후 매각"
이러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금호석화는 지난달 박철완 상무가 낸 주주제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상무는 앞서 개인 웹사이트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 자료를 내고 금호석화가 ▲낮은 배당 성향 ▲과다한 자사주 보유 ▲부적절한 투자 의사 결정 등으로 주주가치를 저평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배당 성향은 약 10%에 머물렀으며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아시아나항공, KDB칸서스, KDB생명, 대우건설 등의 지분 등을 보유해 투자손실 규모만 220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인수한 금호리조트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수가액을 제시해 사들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는 "2010년 이후 생존을 위한 재무 구조 및 사업 체질 개선 투자에 전사 역량을 집중해왔기 때문에 다른 안정적인 업체들 보다 높은 배당을 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배당 상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과도한 자사주 보유라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 10년간 고무 사업 시황 악화에 의한 미래 가치 훼손 우려로 처분하지 못했다"면서 "향후 소각 또는 적정 가치 확보 시 미래 투자를 위한 전략적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비연관 자산 투자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주장에 대해선 과거 분리 경영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의사 결정에 의해 투자된 건으로, 당장 매각을 통한 손실 확정 보다는 적정 가치 회복 후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금호리조트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리한 조건에 인수한 것으로, 국내 골프·레저 수요 등을 기반으로 리조트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금호석화는 "금호리조트는 부동산 가치 관점으로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저가 인수한 사례"라며 "유휴 부지 활용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영업이익 흑자(11억원)를 달성, 2025년까지 매출 1079억원, 영업이익 172억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금호석화, 배당 상향 및 호화 이사진 강조…박철완 금호리조트 인수 재검토로 반격
금호석화는 각종 주주 친화정책들을 통해 오는 26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배당은 박 상무의 제안 수준에는 못 미치나 전년 보다 180% 수준으로 대폭 늘린다. 보통주는 주당 4200원, 우선주는 4250원으로 총 배당 규모는 1158억원이다. 박 회장 등 최대주주에 대한 차등 배당은 전년 보다 33% 확대한다. 배당 성향도 앞으로 2~3년간 20~25%로 유지하며 상향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만일 박 상무가 낸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고배당 안건을 놓고 본격적인 표대결이 예상된다. 박 상무는 보통주 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 등 총 3070억원을 배당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금호석화의 주주친화 정책엔 지배구조 개선안도 담겨있다. 여기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 신설,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거래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 위원회 신설 , 이사 보수 결정 객관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 신설 등이 포함됐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은 박 상무가 제안한 내용들과 유사하다. 박 상무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것도 요구했다.
신사업 계획도 일부 겹친다. 금호석화는 인수·합병(M&A)를 통해 배터리 소재, 바이오, 반도체 소재 등의 사업 영위 계획을 밝혔다. 박 상무는 배터리, 수소 사업 등 미래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상무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금호석화가 제시한 안건들이 자신의 주주제안과 거의 동일하다면서 "현 경영진이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저의 제안에 동의하고 반영하려 한 노력은 일부 인정하지만 그외 어떠한 새로운 개선의 노력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호리조트 인수 등 부적절한 투자 의사 결정, 경영진 과거 배임 행위 등 경영권 남용으로 인한 주주가치 리스크, 과다한 자사주 보유 등 기업가치 저해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사회를 전격적으로 개선해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26일 주총 앞두고 '우군 확보' 치열…국민연금 표심 '관건'
이번 주총에선 양측이 제시한 배당 안건과 이사회 구성 변경, 향후 매출 목표 등 '청사진'을 놓고 주주들의 표심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는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한 배당 확대 및 탄탄한 사외이사진 구성을 강조한다. 반면 박 상무는 자사주 소각, 배당 증액, 계열사 상장, 금호리조트 인수 재검토 등을 내세우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한다.
우군 확보 전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박찬구 회장과 자녀들인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의 지분을 합치면14.84%로 박철완 상무(10.0%) 보다 4.84%p 앞선다.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표대결을 감안하면 최대한의 우군이 필요하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 소액주주48.62%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만한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은 만큼 사실상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과 박 상무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만큼 국민연금은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율이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과를 사전에 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