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국뇌관 LH사태①] "좀스럽다"는 메시지, 대통령이 직접 썼다


입력 2021.03.13 03:00 수정 2021.03.13 07:57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야당 사저 농지 매입 논란 제기에 "그 정도 하라"

전례없는 '격앙 메시지'에 '작성 주체' 의구심 증폭

선 넘었다 판단에 경고한 듯… 靑도 "野 너무 심해"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경남 양산 사저 부지와 관련, 각종 의혹을 제기한 야권을 향해 전례 없는 격앙된 SNS 메시지를 내놨다. 평소 SNS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문 대통령이 이 같이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만큼 야당의 의혹 제기가 선을 넘었다고 본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 야당이 공세 하자 '투기'가 아닌 '거주'라는 점을 밝히며 불쾌감을 강하게 표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로 하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며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평소 어투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강한 톤이다. 이 때문에 '작성 주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이 평소 SNS 글을 직접 쓰고 관리자가 업로드만 해 주는 걸로 알려졌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참모에게 작성 지시를 내린 적도 있어서다. 지난해 '간호사 응원 메시지'를 두고 편가르기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기획비서관이 작성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문 대통령의 SNS 메시지는 직접 작성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야당의 의혹 제기가) 너무 심하니까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정도로 하라' '좀스럽다'라는 표현도 문 대통령이 직접 선택했다는 것이다.


앞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한 하북면 지산리 363-4번지 농지 1871㎡(566평)에 대해 농지 전용(轉用)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향후 사저 건축이 완공돼 준공검사까지 통과하면 해당 농지의 지목은 모두 '대지'로 변경된다. 농지에서 대지로 변경되면 땅값 상승이 이뤄진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도 앞서 문 대통령 부부가 농지를 매입할 당시인 2009년 농업계획서에 유실수 등을 자경해왔다고 작성한 내용이 허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이 2009년 이후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 당 대표 등을 지냈다는 점에서 자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대통령이 농지법을 위반해 투기를 한 공무원들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본인부터 농지 매입 경위를 철저히 밝히고 형질 변경 여부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 '경고'에 野 비판 확산…"문준용씨 말버릇 이유 있었다"


문 대통령이 야권의 의혹 제기에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일종의 '경고'를 한 것이지만, 사저 부지와 관련한 논란은 더욱 커진 모습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이 SNS에 글을 게재한 지 11분 만에 "저도 민망하다. 11년 경력의 영농인 대통령님"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김용태 국민의힘 광명을 당협위원장도 "대통령님, 오늘 LH 직원이 죽었다"라며 "'사람이 먼저다'라고 인권을 강조하셨던 대통령님께서 하필 조금 전에 대통령 사저 농지 형질변경에 대한 변명을 하셨어야 했나"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댓글에서 "'그 정도 하시지요'. 어휴 대통령님. 국민에게 하시는 말씀치고는 좀 심하시네요. 겁나요"라고 비꼬았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 글과 자신의 댓글 캡처본을 올리고 "문준용씨 말버릇이 좀 버르장머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무섭다"라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