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학대 대물림'…"적극적인 심리치료 필요하지만, 가해자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어"
조카를 물고문하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해 재판에 넘겨진 이모가 2019년 군산 아내 살인사건 범인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4)씨는 2019년 3월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아내 살인사건으로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B(53)씨 딸이다.
B씨는 2019년 3월 22일 오후 11시쯤 전북 군산시 조촌동 자택에서 다섯 번째 아내를 10시간 넘게 때려 숨지게 한 뒤 농로에 버리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숨진 아내는 B씨와 재혼한 관계로 A씨의 친모는 아니다.
A씨가 2019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엄벌 청원에 따르면 B씨는 부녀자 성폭행을 6차례나 저질렀고, 여성 편력이 심했으며, 어린아이와 여성에 대한 폭력성도 심각했다. A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원 1년 6개월 후 A씨는 학대 가해자가 됐다. A씨는 지난달 8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아파트 화장실에서 10살 조카의 손발을 빨랫줄과 비닐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30여 분간 욕조 물에 머리를 강제로 넣었다 빼는 등 물고문을 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치료 등 사후관리로 '학대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숙 한국아동복지학회 감사는 "학대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많다"라며 "직·간접적인 학대 피해와 이로 인한 트라우마를 제때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학대가 되풀이 될 수 있어 적극적이고 신중한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학대를 경험한 피해자들은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부모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학대 피해 경험이 가해자에게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