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전 경직된 분위기, 끝날 때는 녹아내렸다
"두 후보 사이 괜찮냐" 서로 바라보며 파안대소
오세훈 "우리의 사전에 단일화 실패란 없다"
안철수 "절대로 3자 대결로 가서는 안 된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합동 비전발표회를 통해 '화해 모드'로 접어들었다. 야권 단일화 일정도 또렷해지면서 후보 간의 날선 공방에 따른 우려는 불식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세훈·안철수 후보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 스튜디오에서 비전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비전발표회는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재임 중 망가져버린 서울시정의 현황을 진단하고, 어떻게 이를 다시 살려낼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발표회에 앞서 두 후보는 최근의 날선 공방을 의식한 듯 경직된 모습이었다. 공개석상에서는 처음 함께 자리한 두 후보는 기념촬영 요청에 나란히 서서 정면의 카메라만 응시한 채 악수를 나눴다. "자연스레 대화를 나눠달라" "주먹악수를 해달라" 등 취재진의 요구에는 일절 불응하는 등 다소 굳어있는 분위기였다.
이같은 '얼음장' 분위기는 각자 10분 간의 비전발표와 현장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거치며 눈녹듯 녹아내렸다. 비전발표 도중 시간을 넘긴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있던 오세훈 후보를 바라보며 추가 시간을 요청했고, 오 후보가 흔쾌히 양해하며 후보들 사이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이후 기자단 질문 도중 "오늘 아침까지도 '야권 분열을 잉태한 후보'라며 공방을 주고받았는데, 두 후보 사이에 문제는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세훈·안철수 후보는 마주보며 파안대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질의응답까지 마친 두 후보는 서로를 다정하게 격려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 시작 때와 비교하면 현격히 따뜻해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일화 성사를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오세훈 후보는 "우리 사전에 단일화 실패란 없다"며 "19일까지 단일화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장담했다. 안철수 후보도 "절대로 3자 대결로 가서는 안된다"며 "이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선거니까 야권은 반드시 합쳐야 한다"고 단언했다.
윤석열과 관계 설명하는 도중 미묘한 '신경전'
안철수 "윤석열, '더 큰 야권'에 찬성하는 뜻"
오세훈 "윤석열과 우리도 모종의 대화 있었다"
16일 양자 TV토론, 지상파·종편 8사 동시중계
이날 비전발표회는 각자 순서대로 10분간 자기 비전을 발표한 뒤, 기자단 질문도 답변할 특정 후보를 지정해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후보 상호 간에는 의견 교차가 일어날 수 없게끔 설계됐으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돌발상황'이 일어났다. 두 후보 사이에 신경전이 일면서 마치 토론회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오세훈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자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정치를 하게 되면 야권이 좀 더 커진다는 표현을 했는데, 그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며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고 거기에 윤석열 전 총장이 결합한 상태에서 대선을 맞이하면, 야권이 커지는 게 아니라 분열이 생기고 교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오 후보를 지정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지만, 오 후보의 답변이 끝나자 안철수 후보가 "나도 설명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마이크를 들고 답변을 자청했다. 안 후보는 "윤 전 총장이 나와 (정치를) 함께 하겠다고 제안을 준다면 '국민의힘과 다함께 하자'고 오히려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더 큰 야권을 만들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통합된 야당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가 마이크를 놓자마자 오 후보도 자신의 마이크를 들었다. 오세훈 후보는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리면 윤 전 총장과 우리도 대화가 있었다"며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느 후보와도 함께 하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는 그분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는 것을 향해 견제구를 던진 모양새다.
이에 안철수 후보는 다시 마이크를 잡아 "윤 전 총장이 누구든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지원할 수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큰 야권이 되는데 본인도 찬성하는 뜻으로 알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고 받아넘겼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국민의당 양당 실무협상단은 야권 후보 단일화의 구체적 일정을 확정했다.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는 16일 TV토론을 거쳐 17~18일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19일에 발표되며, 둘 중 경선에서 승리한 단일후보만 당일 선관위에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한다.
16일 TV토론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사회로 오후 5시 30분부터 80분간 진행된다. TV토론은 채널A가 주관하되 TV조선·MBN·YTN·SBS·KBS·JTBC·MBC 등 지상파·종합편성채널 8개사를 통해 동시 생중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