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으로 혼다 클래식 출전
지난해 난코스 딛고 우승...2연패 겨냥
임성재(23)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임성재는 18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에서 시작되는 혼다 클래식(총상금 700만 달러)에서 PGA 진출 이후 첫 타이틀 방어전을 치른다.
2018-19시즌 PGA 투어 사상 최초로 아시아 국적 신인왕에 등극한 임성재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혼다 클래식에서의 상승세를 타고 대회 직후 참가한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는 단독 3위까지 올라섰다.
임성재에게는 잊히지 않는 대회다.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이 대회를 언급할 만큼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어 트랩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회 코스의 14번째 그린을 지나가면 거대한 곰의 동상이 있다. 동상 옆에는 ‘당신은 베어트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안내와 함께 이어질 3개 홀에 대한 ‘경고’가 붙어있다.
베어 트랩은 '황금 곰'이라는 별명의 잭 니클라우스가 이 코스를 2001년 리모델링하면서 붙은 별칭이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마지막 18번홀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2018년 이 대회에서 '베어 트랩'에서만 8타를 잃었다.
워터 해저드를 끼고 있으며 곳곳에 벙커들이 자리해 난코스로 악명 높은 ‘베어 트랩(15~17홀)’에서 임성재는 버디 2개 포함 4언더파를 기록했다.
베어 트랩 시작점 15번 홀에 왔을 때 선두에 1타 차 뒤졌던 임성재는 과감한 티샷으로 워터 해저드를 가로질러 홀컵 2m 안쪽에 붙였다.
깔끔한 버디 퍼팅으로 공동 선두에 오른 임성재는 베어트랩의 마지막 17번 홀에서 공격적인 티샷에 이은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됐다. 마지막 홀 벙커에 빠지며 위기에 놓였지만 절묘한 샷으로 만회하며 PGA 무대 도전 50경기 만에 감격적인 첫 우승을 달성했다.
2연패를 노리며 지난 대회를 회상한 임성재는 16일 PGA와의 인터뷰에서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나오는 대회라 그런지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어려운 코스를 더 즐긴다. 다른 선수들이 실수할 때, 나는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임성재의 자신감은 큰 무기다. 문제는 기복이다.
대회 중 한 라운드에서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직전 대회에서도 그랬다. 지난 15일 끝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버디쇼를 펼쳐며 2라운드까지 공동 5위를 달렸지만 3라운드에서 5오버파를 쳐 급격하게 무너졌다. 다행히 마지막 날 드라이브 샷과 그린적중률을 높이며 6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1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대회를 마친 뒤 임성재는 “2라운드까지 너무 좋았는데 3라운드 때 욕심을 내서 그런지 멘탈도 흔들렸고 차분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임성재는 “대회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고 싶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 혼다 클래식은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직후 열려 상위 랭커들은 많이 출전하지 않는다. 출전 선수 가운데 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대니얼 버거(15위미국)다. 임성재(17위)와는 두 계단 차이다.
베어 트랩을 즐겨봤던 임성재가 기복만 없다면 2연패도 기대할 수 있다. 대회 역사상 2년 연속 우승은 '베어 트랩'의 설계자 니클라우스(1977·78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