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글러 감독, 시범경기 중 김하성 외야수 소화 계획 언급
줄곧 내야수로만 출전..방망이 부진이 외야행 검토 배경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외야수로서 시험대에 오른다.
23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이스 팅글러 감독은 “오는 주말 김하성에게 외야 수비를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정상급 내야진을 자랑한다. 연봉 규모만 8억 달러에 이른다. ‘한만두’ 아들 ‘한만주’로도 유명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비롯해 3루수 매니 마차도,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1루수 에릭 호스머가 버티고 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지난달 샌디에이고와 계약(4+1년/최대 3900만 달러)을 맺을 때도 김하성의 외야 소화 가능성은 제기됐다. 유격수의 외야수 변신은 메이저리그에서 흔하지만, 외야 경험이 전무한 김하성에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김하성은 그동안 시범경기에서도 3루-유격수-2루수로만 출전해왔다.
김하성은 KBO리그 역사상 강정호에 이어 두 번째로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고,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유격수다. 하지만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밀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김하성은 겨울에도 2루수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월 김하성은 “외야수는 야구를 하면서 해본 경험이 없다. 팀이 원하는 방향이 있으면 선수가 그 방향에 최대한 맞추는 게 맞다”면서도 "샌디에이고에서는 2루수가 내 베스트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같은 입장이었다.
크로넨워스는 지난해 주전 2루수로 54경기 타율 0.285(172타수 49안타) 4홈런 20타점 OPS 0.831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역사상 세 번째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에 올라 2위를 차지한 선수다.
현지언론들도 시범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김하성이 크로넨워스와 2루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외야 수비 능력을 갖춘 크로넨워스의 외야 이동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치를수록 기류는 변했다. 크로넨워스가 타율 0.333(30타수 10안타) OPS 0.895의 맹타를 휘두르는 반면 김하성은 계약 때도 지적됐던 빠른공 대응 능력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신인으로서 치르는 시범경기지지만 기대치와 거리가 멀다.
수비의 문제는 아니다. 김하성은 타율 0.103(29타수 3안타) 1타점. 4볼넷 11삼진 OPS 0.316으로 좋지 않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라 기회를 줄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개막을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약점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샌디에이고 코칭스태프도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팅글러 감독도 김하성의 외야수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팅글러 감독이 외야수로의 완전한 이동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내야와 외야를 겸하는 야수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다. 팅글러 감독 구상에 있는 만큼, 김하성에게 여전히 기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