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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킹덤', 무너진 공정성…소통 부재·안일한 처사


입력 2021.03.30 14:00 수정 2021.03.30 14:4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제작진 "무대 조율하기 위해 제작비 설정했지만, 세부적 정의 못해"

'프로듀스101', '아이돌학교'로 인한 조작 논란 꼬리표 또 다시 짙어져

엠넷 ‘킹덤:레전더리 워’(이하‘킹덤’)가 경연 프로그램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공정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투명성에 만전을 기해도 모자란 처지지만, 제작진 간의 소통 부재가 참가자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킹덤’은 차세대 케이팝(K-POP) 킹을 향한 비투비, 아이콘, SF9, 더보이즈,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의 치열한 도전이 담긴 경연 프로그램이다. 2012년 데뷔한 비투비부터 2018년 데뷔한 막내 에이티즈까지 현재 국내외에서 인기 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이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합을 벌인다는 자체가 많은 케이팝 팬들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킹덤’은 아이돌 그룹의 실력 뿐 아니라 각 소속사의 콘셉트·무대 기획력과 안무 구성, 편곡 능력, 스타일링, 이를 뒷받침할 자본까지 모든 능력을 평가 받는 무대다. 전세계 팬들에게 매력을 어필 할 수 있는 무대로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참여하는 모두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순위가 자존심으로 직결되는 만큼 출연 그룹들도 각자의 무대를 위해 이를 갈고 연습 중이라는 후문이 종종 들려왔다.


그러나 출연자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킹덤’은 첫 경연부터 잡음을 일으켰다. 최근 진행됐던 첫 경연에서 무대 세트비를 놓고 소속사 관계자들이 공정성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엠넷은 당초 500만원의 비용 안에서 무대를 꾸미기로 했지만 연출에 제약이 있다는 소속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모든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여섯 팀 중 세 팀의 무대에만 고가의 세트비가 투입됐다. 무대 세트의 퀄리티부터 확연히 차이가 나는 탓에 현장에서 소속사 관계자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그대로 녹화를 진행해 현장 순위는 이미 정해졌다.


엠넷은 논란과 관련해 “첫 경연인 만큼 6팀의 무대를 조율하기 위해 제작비를 설정했지만 범위와 가능 여부 등 세부적으로 정의할 수 없었던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형평성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이어 “1차 경연 후 해당 부분에 있어 제작진도 문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다만 최고의 무대를 위해선 아티스트의 크리에이티브를 최우선해야하고, 무대 설치에 있어 모든 부분을 명확히 가이드로 제시할 수 없는 점 등은 조심스럽고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킹덤’ 제작진은 여섯 팀과 각 소속사와 사전에 긴밀히 대화해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집중하고 최상의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아티스트와 소속사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했지만 불공정한 출발대가 된 무대에 대한 조치나 대안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각 전달 받은 사안 내에서 ‘킹덤’ 경연 무대를 준비했을 뿐이지만, 세트 비용으로 혜택을 받은 모양새가 되어버린 팀들과 그렇지 못한 팀들은 억울한 위치에 놓여 팬들 간의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앞서 엠넷은 2019년 ‘프로듀스101’ 시즌1~4 문자 투표 논란으로 파장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 안준영 PD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여만 원 형을 선고 받았다. 여기에 지난 2017년 방송된 ‘아이돌학교’ 역시 제작진이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으며 재판에 넘겨졌다.


엠넷은 두 오디션 프로그램이 ‘조작 논란’이란 불명예를 안았지만, 신뢰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랜드’, ‘포커스’, ‘캡틴’, ‘쇼미더머니’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강행했다. 엠넷은 그 때마다 언급되는 공정성 우려에 규율을 강화하고 외부 참관인 제도를 반영하는 듯 검수까지 철저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명가로 정체성을 다시 다져가고 있는 지금 ‘킹덤’의 이 같은 논란은 지난날의 공을 무너뜨리는 처사다. 다시 무너진 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는 건 ‘킹덤’ 제작진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이로써 ‘킹덤’이 헤쳐 나가야 할 또 하나의 산이 추가됐다. 이미 ‘킹덤’은 스트레이키즈 현진이 학교 폭력 논란으로 하차하고, MC 유노윤호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겨 자진 하차하며 잡음을 일으켰다. 여기에 프로그램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공정성 논란까지 더해졌다. 첫 방송도 전에 논란으로 얼룩진 '킹덤'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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