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부회장, 부친 마이크로 경영 이을 방법 주목
임세령 부회장 승진…청정원 리뉴얼, MZ세대 공략에 속도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맥주시장 1위 탈환
식품기업의 2·3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차세대 경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오너 후세들이 승진과 등기이사 선임 등을 통해 본격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농심은 신춘호 회장의 별세로 신동원 부회장의 시대를 맞았다. 슬하에 3남 2녀를 둔 고(故) 신춘호 회장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정리하면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친 상태다. 지난 25일 열린 농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원 부회장은 박준 부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 부회장은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2000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농심의 경영을 맡아왔다. 이에 따라 농심은 현재의 경영기조를 유지하면서 해외시장 공략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신 부회장이 농심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사업으로는 생수와 가정간편식(HMR)이 있다. 이중 생수는 이미 시장에 안착한 상황이지만 HMR은 아직 개척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농심은 지난 2017년 HMR브랜드 ‘쿡탐’을 통해 이 시장에 발을 들였으나 뚜렷한 존재감을 알리지 못했다.
때문에 신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만큼 이 시장에 성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 부회장은 2019년부터 HMR사업을 직접 챙겼으며, 지난해 2월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선보인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대상그룹 임세령 부회장도 승진과 함께 3세 경영을 공식화했다. 임 부회장은 대상홀딩스 전략담당 중역과 대상 마케팅담당 중역을 동시에 맡게 됐다.
임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그룹 차원의 중장기 방향에 대해 신속하고 일관된 추진을 위해서”라는 회사 측 설명이다. 동생인 임상민 전무는 지난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자매가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대상그룹의 신규사업 확대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라이프스타일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하고, 사옥을 매각하는 등 사업 다각화와 체질 개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청정원 브랜드의 대규모 리뉴얼을 주도해 식품전문가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으며, 2016년에는 기존 HMR 시장의 틈새를 파고드는 ‘안주야’ 제품 출시를 주도해 국내 안주 HMR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2017년에는 국내 식품 대기업 최초로 온라인 전문 브랜드인 ‘집으로ON’을 선보이며 온라인 사업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국민조미료 미원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MZ세대를 겨냥한 참신한 마케팅 활동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하이트진로그룹도 지난해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과 차남 박재홍 전무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올해부터 하이트진로는 박태영 사장, 박재홍 부사장과 기존 경영진인 김인규 대표이사와 최경택 부사장 등으로 전문경영인과 오너 3세가 함께하는 체제로 경영을 이어간다.
업계에서는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고 있다. 코로나19에도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이어진 맥주부문 영업손실로 아직 재무구조를 원상복구 시키진지는 못했다.
이와 함께 맥주시장 1위 탈환도 주요 과제로 남는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맥주는 이전까지 맥주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는데, 2011년 8월 이후 오비맥주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뒤 최근까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다.
경영수업을 받으며 때를 기다리는 2·3세 경영인들도 있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는 지난달 신설된 ‘기획 마케팅 총괄본부’의 본부장을 맡았다. 기존 마케팅전략본부와 기획본부를 합친 부서다. 홍진석 상무가 2007년 남양유업에 합류해 생산전략부문장 등을 거친지 14년만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입사해 기획과 마케팅, 생산기획 본부장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왔다. 이제 회사의 이익을 다루는 기획과, 시장과 소통하는 마케팅을 한 손에 쥐게 된 만큼 향후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이선호씨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부장은 지난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발령 받았다. 1년 4개월 만의 복귀다.
그가 몸담게 된 글로벌비즈니스는 지난해 말 정기 인사 이후 신설한 부서다. 이 부장은 CJ제일제당의 주력 사업인 ‘비비고 만두’를 이을 K-푸드 발굴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