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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거 패배, 아직도 언론 때문인가?


입력 2021.04.14 07:00 수정 2021.04.13 16:17        데스크 (desk@dailian.co.kr)

선거운동 기간 야당 의혹에 언론 보도 ‘기울어진 운동장’

민주당, ‘의인 제작소’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더불어민주당 전국노인위원회 김손 위원장(왼쪽 다섯번째)등 위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4.7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이 보궐선거에 패배하고 나더니 언론 탓을 한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기간에 제기된 야당 후보의 의혹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권의 ‘빅 마우스‘인 김어준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관련 뉴스‘가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에서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김 씨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언론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의 팩트체크를 보면, 내곡동 측량 현장에 오 후보가 입회했다는 기사와 근처 생태탕집에서 식사했다는 기사 모두 충분히 노출되고 배열에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4.10).


네이버나 다음에는 독자들의 관심도나 댓글의 다수에 따라 왜곡 없이 노출이나 배열이 됐는데도, 민주당 측은 충분치 않았던 모양이다.


야당 측에서는 도리어 김 씨가 진행하는 서울 교통방송(TBS) 프로그램에서 선거운동 기간 중 편파 방송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편파 정치방송인 퇴출’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돼 여기에 동의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또 편파적인 방송 때문에 이미 6차례나 제재를 받고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 TBS에 대한 진정서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출됐다.


언론들이 ‘내곡동’ 관련 기사를 왜 민주당이 기대한 만큼 충분히 다루지 않았는지, 나름 짚이는 게 있다.


우선 국내 언론은 민주당 측의 ‘의인 사기극’에 몇 차례 속은 과거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1997년 대선(김대중 당선)과 2002년 대선(노무현 당선)에서 유력한 상대였던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두 아들이 불법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고, 또 이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는 둥 거짓에 기반을 둔 흑색선전을 펼쳤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김대업(金大業)이라는 사기꾼을 ‘용감한 시민’(추미애), ‘의인’(박양수)이라고 부르며, 그를 ‘민주당 병역 비리 특보’로 임명하는 등 ‘의인 사기극’을 벌였다.


김대업 사기극은 그 뒤 박사학위 논문(‘TV 뉴스의 선거보도 의제 분석’ 김인규, 성균관대, 2007)에서 그 실체가 드러난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는 병역 의혹이 제기된 2002년 7월 24일부터 “모든 것이 허위”라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때까지 95일 동안 메인뉴스에서 101건을 보도했고, 특히 8월 한 달 하루 평균 2.3건씩 모두 70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 논문은 공영방송 KBS가 같은 병역 의혹을 “이회창 씨가 여당 후보였던 1997년 대선에서는 19건 보도했다가, 야당 후보였던 2002년에는 101건을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사기 등 전과 5범인 김대업은 이 병역 비리 발언과 관련해 명예훼손과 무고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10개월의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했다.


민주당은 그 뒤에도 최순실 사태(2016) 때는 고영태를, 장자연 사건(2019) 때는 윤지오를, 그리고 2021년에는 생태탕집 아들을 ‘의인’이라고 호칭하는 등 ‘의인 제작소’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민주당 측이 제기한 사안 자체가 수준 미달의 의혹이고, ‘생태탕 의인’ 자체도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내곡동 의혹에 대해 민주당의 이해찬 전 대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4.1) “내곡동 측량에 오 후보가 입회했다고 해도 시장 취임 이전이기 때문에 이해 상충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재산에 피해를 준 것이 아니고 투기한 것도 아니다”라고 정리했듯이, 그리 큰 기삿거리는 아니었다.


16년 전 일에 대한 생태탕집 주인이나 아들의 주장이 엇갈리며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언론은 민주당 측이 내세운 ‘의인’이나 ‘용감한 시민’들로부터 이미 몇 차례 낭패(狼狽)스러운 일을 경험한 결과 ‘좀 신중하게 다루자’라는 기제가 작동했을 수 있다.


이런 언론에 대해 민주당 측은 선거 전에 “이번 선거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도 한번은 검증대상이 될 것이다”(4.6, 이낙연)라고 겁을 줬다.


선거가 끝나고는 “꼭 이번 선거만 아니라 (불공정한 보도가) 꽤 오래됐는데 이번이 좀 더 심했다. 대선 때까지 그러면 민주주의에 위험요소가 될 거라고 본다”(4.8, 김종민)라고도 했다.


반면, 여권의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민주당의 참패는 법안 독주의 죗값”이라며 “언론이 언제는 우호적이었나?”라고 비판했고(4.9),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한 마디로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결과”라고 했다 (4.12).


사실 민주당의 집권 4년 치적에 대한 평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판정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4월 5일 “위선, 무능,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보면, 국민 누구나 더불어민주당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편인 줄 알았던 선관위가 사실은 아주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부 기구였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언론 개혁보다 선관위 개혁을 먼저 해야, 내년 대선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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