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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 표심이 불댕긴 '여성 군복무' 이슈


입력 2021.04.19 11:22 수정 2021.04.22 09:4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女 징병제' 靑 국민청원 5만명 육박

여권서 2030 男 겨냥한 제안 잇따라

"포퓰리즘" vs "오래된 고민"

해병대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성 징병제' 도입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사흘 만에 5만명에 육박하는 사전 동의를 얻었다.


최근 4·7 재보선에서 '이남자(20대 남자)' 표심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자 '여성 군복무' 이슈에 대한 관심 역시 불붙는 양상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6일자로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는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얻은 청원 글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친 뒤 게시판에 '진행 중 청원'으로 공개한다.


별도 링크주소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4만 9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출산율 하락과 90%에 가까운 남성 징집률을 언급하며 "과거에 비해서 높아진 징집률로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까지 억지로 징병대상이 되고 있다.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해 더욱 효율적인 병 구성을 해야 한다"며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우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는 여성 징병제 도입을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한 병사가 강원도 고성군의 한 감시초소(GP)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해당 청원은 성 평등 구현 차원에서 여성 징병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관련 논의는 휘발성 강한 포퓰리즘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20대 남성이 지난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린 뒤, 여권에서 이들을 겨냥한 '설익은 제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성 군복무 이슈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전용기·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군 가산점 제도 재도입과 지자체 채용 시 군 경력 인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같은당 박용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현재의 징병제를 폐지한 뒤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제안까지 내놨다. 그는 이날 발간된 자신의 책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예비군 역할을 맡으면 '남녀평등복무제'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체복무제, 남녀 군복무 관련 성 역할 등 "군 병역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있다"며 "논란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그 논란이 무서워 필요한 제안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관련 논의가 남녀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 문제와 관련해 무책임한 집단이 국방부"라며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일을 위해 국방부가 하는 게 없다. 스웨덴·이스라엘·노르웨이처럼 남녀가 군대를 가는 사회에 어떤 부작용과 개선점이 있는지를 짚어봐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관련 입장이 '이남자 표심'을 표심을 자극하는 '표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글에서 박 의원 제안이 '군인이 돼야 국민이 될 수 있으니, 국민이 되기 위해 우리도 군대에 보내 달라'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징병제를 뒤집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여성들도 군대 가는 것으로 남성들 불만 잠재우고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받으시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모병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헌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재정적 여력도 충분치 않은 만큼, 박 의원 주장은 "실현 가능성 없는 '립 서비스'로 2030표나 좀 얻어 보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박 의원은 여성 군복무 관련 문제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왔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오래된 고민"이라며 "단순히 얄팍하게 표나 얻으려는 청년 이슈, 2030 남성 관련 이슈로 생각하고 접근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가 잘 진행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군 병역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남녀 갈등, 이런 부분을 이 안에서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얘기했다"며 "논란과 제안을 중심으로 국방부가 모병제로의 전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남녀평등복무제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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