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유럽항로 운임 최대치 경신…수요 강세로 상승세 지속할 듯
해운사 임시결항 외에 선대 확보 총력…선사 우위 시장 전망
해운 운임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등으로 소비가 급증하는 반면 선복 공급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수에즈 사고 여파로 인한 항만 적체와 선복 부족으로 운임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제품을 제 때 싣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수출 기업들이 앞다퉈 선적 일정을 앞당길 경우, 운임은 더욱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2833.42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SCFI는 해상 운임을 가늠하는 지표로, 작년 11월부터 2000을 돌파하며 수직 상승하고 있다.
대부분의 운임이 상승한 가운데 미주항로의 경우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미주 서안 4432달러, 미주 동안 5452달러를 기록하며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주 운임은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관련 제품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망이 이를 받춰주지 못하면서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을 물건이 넘치는 데도 불구하고, 선박과 컨테이너박스는 부족하다 보니 선적 스케줄 지연과 함께 선박 회전율 저하로 이어졌다.
로드스타 등 외신은 "미국의 수입 물동량이 지난해 팬데믹 초기 수준에 비해 2배 정도 많아졌다"면서 "컨테이너선 운임은 올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공급망은 내년까지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실제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수요는 2억1380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 2억10만TEU 보다 6.9% 늘어나는 반면 선복량은 전년 보다 3.4% 늘어나는 데 그친 2440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가율을 놓고 비교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수에즈 운하 사고 이후 선복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코로나 재확산으로 독일 등에서 항만 작업이 지연되면서 선박 적체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유럽 선복 공급량은 전주 대비 5.4% 감소했다.
유럽 노선을 오고 가는 선사들은 수에즈 여파로 정상 운영이 어렵게 되자 이달 임시결항(blank sailings)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HMM이 소속된 THE 얼라이언스를 포함한 오션·2M 얼라이언스 등 세계 3대 해운동맹은 모두 4월 한 달 간 일부 유럽 노선에 대한 임시결항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선사들은 폭발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컨테이너선 발주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선사인 MSC, 에버그린, 하팍 등이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선 데 이어 HMM 역시 올해 상반기 내에 1만3000TEU급 10척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선박 발주 '러시'로 신조 발주량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진흥공사는 올해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량이 170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선사들이 앞다퉈 선대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당분간 선사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기존선박연비지수(EEXI)가 2023년 발효될 경우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EEXI는 새 선박 뿐 아니라 기존 선박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제도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들이 늘어나면 공급량은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공급자(선사) 위주의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