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원대 방어 '유일'…코로나 불안 속 '두각'
금리 비교 우위 눈길…충성 고객 효과도 '톡톡'
NH농협은행이 국내 4대 시중은행을 모두 제치고 정기예금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제로금리 충격과 빚투 열풍으로 은행 예금에서 썰물처럼 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농협은행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비교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역대급 저금리 속에서도 대형 시중은행들보다 경쟁력 있는 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가운데, 충성 고객이 많은 특성이 코로나19 불안 속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농협은행의 예금은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보유한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총 627조680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조6472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흐름은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신한은행의 정기예금은 119조946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조2438억원 줄었다.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역시 126조9158억원으로 17조2330억원 급감했다. 하나은행의 정기예금 보유량도 127조7851억원으로 6조2951억원이나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정기예금만 121조2000억원으로 2조3318억원 증가했다.
은행 예금이 위축된 요인으로는 우선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히 추락한 금리가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까지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를 밑돌게 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후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도 속속 0%대로 진입하면서 고객을 끌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주식 시장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현실도 은행 예금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에 뛰어드는 빚투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예금에 들어 있던 돈은 더욱 남아나지 않는 형국이다. 은행에 들어 있던 개인 자금이 공격적 성향의 투자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여전한 상황이다.
혼란의 와중 예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주인공은 농협은행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기예금을 확보한 은행으로 올라섰을 정도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31조8329억원으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밀어내며 선두로 올라섰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929억원 늘어난 액수로, 은행들 중 유일하게 130조원대를 유지했다.
농협은행이 악조건을 이겨내고 더 많은 예금을 확보할 수 있던 원동력은 역시 금리에 있었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한 만큼 농협은행도 예금 가입자들에게 눈에 띄게 높은 이자율을 제시할 수는 없었지만, 제로금리 속에서도 1%대 금리를 지켜내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은행연합회가 공개하고 있는 주요 은행 상품 금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금도 농협은행 정기예금 상품들의 연 평균 금리는 1.02%로 1%를 웃돌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들의 해당 이자율이 0.91%인 것에 비하면 0.11%p 높은 수준이다.
농협은행의 남다른 고객층도 약진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어떤 시중은행보다 전국 각지의 지역민들과 밀접하게 접촉하며 성장해 온 농협은행의 영업 방식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등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로 은행 예금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충성 고객이 많은 농협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 같은 영향을 적게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