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야권 대선주자 선두체제…국민의힘 당권경쟁 속 쟁탈전
"尹잡을 사람이 野재편 주도권", "꽃길 밟고 들어와보면 가시밭길"
야당의 '윤석열 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정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4.7보궐선거 직후 야권재편이 한창인 만큼 몸값을 충분히 끌어올리며 대선무대에 오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 전체를 놓고 보면 국민의힘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두고 서로 쟁탈전을 벌이는 형세다.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가 되려는 김 전 위원장과 야권 지지율 1위 인사를 끌어들이려는 제1야당의 팽팽한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김종인 노골적 구애에도 침묵…"사실상 퇴짜 아닌가"
우선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비대위원장 직을 내려놓은 이후 잇따른 언론인터뷰를 통해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해 공개구애를 해왔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윤 전 총장이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나",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된다"고 어깃장을 놨다.
김 전 위원장은 대권 시나리오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앙 마르슈'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제3지대에서 신당을 만들어 집권에 성공한 것처럼 윤 전 총장에게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하자는 밑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치권에선 평소 단어 하나에도 신중한 김 전 위원장이 "만나보겠다"며 노골적인 구애를 폈는데도 응답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퇴짜'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자존심까지 내던지고 러브콜을 하는데 윤 전 총장쪽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답변을 해줘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별의 순간'이라고 했지만 나중엔 '별 볼일 없더라'라며 평가절하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영입경쟁이 된 당권경쟁…'돈과 조직' 앞세워 손짓
새 지도부를 뽑는 국민의힘은 연일 윤 전 총장을 향해 "당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을 '누가 어떻게 모셔오느냐'가 전당대회 의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일부 후보는 윤 전 총장과의 인연을 내세우는 '윤석열 마케팅'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2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지금도 윤 전 총장과 간접적 소통 채널은 있다"며 "앞으로 당체제가 정비되고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입장이 정리되면 활발하게 대화와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치르는 데 필수적인 '돈과 조직'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우회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은 "(대선에선) 1주일에 1천여만원 가까이 든다"라며 "자금 문제는 입당하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적 결심을 하기까지 야권은 그의 데뷔 무대를 만들기 위한 주도권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의원은 "우리 당이 쇄신과 개혁을 거듭하면 윤 전 총장이 자발적으로 들어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입당 꽃길일까 가시밭길일까…강성보수 '아킬레스건'
윤 전 총장에게 맞춘 꽃가마를 준비하겠다는 뜻이지만, 정작 입당 이후에도 꽃길이 펼쳐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과거 제3지대 출신 대선주자가 기존 정당에 입당하면 기득권 논리에 따라 속절없이 무너진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사람'이란 윤 전 총장의 이미지는 강성 보수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최근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논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겠나. 어렵게 모셔왔더니 다시 내쫓자는 세력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윤 전 총장의 등판 시기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예측을 업으로 삼는 정치평론가들도 "그건 점쟁이의 영역"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기존 정치화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현역 정치인들과 직접적인 소통자체가 없어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잠행에 따른 피로감이 쌓이거나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기 전에 결심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강윤 한국여론사회연구소(KSOI) 소장은 "더 이상 침묵한다면 윤 전 총장에 대한 의구심과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 여권출신 인사들이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지만, 정작 여당 사람들은 "우리도 모른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주변에 조언을 하는 그룹이 있다는데,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 입이 정말 무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