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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구긴' 김종인…'윤석열 아니면 제3후보'


입력 2021.04.28 01:00 수정 2021.04.28 07:1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尹향한 손짓'에 화답 없자 대안후보 모색 나선 듯

'잠룡' 원희룡 만난데 이어 '김동연 키우기'도 검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데일리안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대권 청사진에 변화가 감지된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점찍고 적극적인 구애를 펴온 김 전 위원장이 다른 후보를 미는 전략으로 틀었다는 것이다.


28일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윤 전 총장을 향한 손짓을 멈추고, 다른 대권잠룡 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에게 기대한 답변을 얻지 못한 것 같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지난 주말 국민의힘 대권잠룡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나 '제1야당 중심론'을 강조했다. 4.7보궐선거 직후 국민의힘을 겨냥해 "흙탕물" "오리밭"이라며 독설을 쏟아내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기조다.


원 지사는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김 전 위원장은 민심의 흐름을 담을 수 있는 인물과 세력은 국민의힘이 중심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당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굉장히 괴로워하더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이 대선 밑그림을 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윤 전 총장을 야권 재편의 구심점에 올려놓고 '제3지대론'을 그려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다시 중심축을 바꿔잡았다는 것이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이 사석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대안 후보로 거론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이 출마하지 않거나 타격을 입을 경우에 대한 '플랜B'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윤석열에 사실상 '퇴짜'…원희룡 만나고 '김동연 키우기' 검토


김 전 위원장의 행보를 상대적으로 체급이 떨어지는 야권 대선주자들을 분발시키기 위한 '메기효과'로 보는 시각과 함께 윤 전 총장을 향한 '뒤끝'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의 시간'에 맞춰 대선시계를 빠르게 돌려왔다. 잇따른 언론인터뷰를 통해 "별의 순간을 잡았다", "만나보겠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해 공개구애 했지만,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거듭된 부탁으로 경제사령탑을 맡아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문재인 민주당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원장을 수락해 총선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야권 한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이 '나를 모셔가라'고 손짓을 하며 자존심을 구겼는데, 나중에 윤 전 총장을 비토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도 했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야권에 아직 후보다운 후보가 아무도 없다"며 달라진 표정을 내보였다.


원희룡 지사는 "김 전 위원장 말로는 '흔히 윤석열 지지율을 얘기하지만 지지율이라는 것은 6개월 뒤를 생각하면 허망할 수도 있다, 이제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거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윤 전 총장은 사퇴 이후 50여일 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수차례 토론을 하며 '외교안보 과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하게)'에서 바뀌지 않고 있다. 이는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문구로, 노인이 청새치를 잡기 위해 승부를 벌이며 스스로를 격려하며 외친 말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후 야권재편 과정이 진행되면 김 전 위원장과 접점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야권 중진 의원은 "그때가서 김 전 위원장의 도움을 받을지 선택해도 달라질게 있나"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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