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진 교수, 민주당 초선 상대 쓴소리 강연
"정권교체 가능성 높아졌다, 부인하면 안돼"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28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너무 과소평가한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부인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안병진 교수는 이날 '성찰과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민주당 초선 의원들 모임 '더민초' 화상 강연에서 "우리는 경쟁자를 과소평가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생각보다 내공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2년 총선 때 민주당 중앙선대위 인터넷소통위원장을 지낸 진보학자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에 대해 "조만간 사라질 거품"이라고 평가절하해왔다.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로 들으며 정치권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민주당에선 '윤나땡'(윤석열 나오면 땡큐)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관념성이 있음을 인정할 것'과 '윤리적 리더십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그는 "20세기 초반의 진보주의 교과서로 계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와 상대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들의 삶의 진실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영화 변호인도 좋아하고 국제시장도 좋아해야 한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영화 버닝도 좋아해야 한다. 모든 사안에서 일관되게 공감한다면 진보가 50프로는 먹고 들어갈 수 있다. 그게 실용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진보진영은 윤리적 리더십을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한다. 완벽한 인간형이 될 수는 없지만 국제적 표준 정도는 민주당이 주도해야 한다"면서 "교수가 표절하고 학교에 채용을 원한다면 기본 자세가 잘못된 거다.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보면 표절한 학생은 징계를 넘어서 쫓아낸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후 위기 △다원성 △개인의 존엄 △공정 △새로운 형태의 양극화 △미중 간의 신냉전 등에 주목하며 "민주당 초선 그룹이 미래 가치에 대한 아젠다와 법안을 강력히 주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민주당이 '실패 후 복기하지 않는 것'과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것'에 대해선 쓴소리했다.
그는 "우리의 뿌리 깊은 고질적 특징은 복기를 안 하는 것"이라며 "유명한 정책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한계를 철저히 복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안 했다. (복기하면) 교육·부동산 정책을 다시 실수하지 않을 텐데 지금 상태에선 다음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또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당내에서 '이남자'(20대 남자) 구애를 위해 군가산점제 부활론과 남녀평등복무제 주장이 나오는 것을 두고는 "왜 이렇게 신중하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이 문제는 함부로 제기하면 안 되는, 자중지란을 일으킬 수 있는 '웨지 이슈'(wedge issue)"라고 말했다. 특히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한 박용진 의원을 겨냥해 "보수가 대선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슈다. 다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