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대체제로 이더리움 등 각광…채굴 위해 그래픽카드 사재기
60만원대 RTX 3060 지금 사면 120만원…“당분간 대란 지속될 것”
차기 제품 가격 악영향…높아진 진입장벽에 PC 시장 위축 가능성
최근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 일명 ‘알트코인’ 광풍으로 그래픽카드의 씨가 마르며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래픽카드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아 애먼 일반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승한 가격이 차기 제품 출고가에도 영향을 미치며 전체 그래픽카드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전체 PC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에 올라와 있는 엔비디아 RTX 3060의 최저 가격은 112만5000원이다. RTX 3060이 출시 직후인 지난 3월 말 기준 60만원 중반 대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다면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PC 도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 모 씨는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60만~70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3060이 지금은 네임벨류가 떨어지는 제조사 제품도 110만원대를 상회하고 있다”며 “구형 제품을 포함한 하위 그래픽카드 역시 씨가 말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래픽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가상화폐 열풍과 관련이 깊다. 최근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연일 상승세를 타면서 많은 채굴가들이 그래픽카드 사제기에 나선 것이다. 그래픽카드 대란은 지난해 말부터 5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기존의 GTX 3060모델 등 메인 모델의 씨가 마르면서 하위모델과 중고 제품까지 품귀현상이 번진 상황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특수한 연산을 해결해야 획득할 수 있는데 이를 ‘채굴한다’고 표현한다. 이 채굴에 그래픽카드가 가장 좋은 효율을 내면서 주요 제품들의 씨가 마른 것이다.
다만 이번 품귀현상이 2017년 발생한 비트코인발 그래픽카드 대란과 다른 점은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의 투기 열풍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를 뜻한다.
전체 암호화폐의 시총은 2조2100억 달러다. 이 중 비트코인의 시총은 1조 달러에 머물고 있다. 비트코인이 전체 시총에서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8년 이래 처음이다. 이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비트코인의 대체제로 알트코인 투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3일 기준 비트코인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이더리움은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도지코인도 6%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원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가상화폐 열풍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제조사와 유통사 역시 신제품 출시와 함께 가격을 올리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60만원 대 이하에 거래돼야 될 RTX 3060 출고가가 처음부터 70만원에 근접했던 것은 이전에 나온 RTX 3080의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RTX 3080은 초기 110만원대에 거래되다 가상화폐 수요가 급증하며 2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즉 먼저 출시된 RTX 3080이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치솟자 하위 제품인 RTX 3060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PC업계 관계자는 “구매자 입장에선 현재 가격이 하락하기만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라며 “그래픽카드 공급사들 역시 높아진 가격을 신형 제품의 출고가에 반영하고 있는 실정이라 가상화폐 시장에 큰 변동이 생기지 않는 이상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특히 유통단계가 다단화돼 있는 국내 시장 특성상 높은 마진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이는 PC 구매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전반적인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