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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누나 살인범 말만 믿고, 건성건성 CCTV 확인했던 경찰 "결과적으로 속았다"


입력 2021.05.03 21:13 수정 2021.05.03 21:28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경찰, 남동생이 조작한 카톡 메시지에 또 한 번 속아

누나 살해 후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20대 남동생. ⓒ연합뉴스

친누나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이 올해 2월 가출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 수사관들을 완벽히 속여 4개월이나 늦게 붙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A(27)씨는 그의 부모가 지난 2월 14일 인천 남동경찰서 한 지구대에 누나 B씨에 대한 가출 신고를 하자 자택에서 현장 조사를 받았다. 경북 안동에서 떨어져 사는 부모와 달리 A씨는 누나 B씨와 살던 유일한 가족이었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접수받은 당일 오후 8시 넘어 A씨가 사는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 찾아갔다. A씨는 "누나가 언제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갔느냐"는 경찰 수사관의 물음에 “2월 7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수사관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2월 6일 오전부터 7일 오후까지 녹화된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A씨와 함께 돌려봤으나 B씨가 나온 영상을 찾지 못했다.


수사관들이 "2월 7일이 맞느냐"고 재차 묻자 A씨는 "2월 6일 새벽"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평소 누나가 외박을 자주 했다"며 "외박한 사실을 부모님에게 감춰주기 위해 2월 7일에 집에서 나갔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자정을 넘겨 문을 닫자 누나의 가출 시점으로 A씨가 재차 번복한 2월 6일 새벽의 CCTV 영상은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철수했다. 이후 더는 CCTV 영상을 살펴보지 않았다.


한편 A씨는 경찰이 집에 다녀가고 이틀 뒤인 2월 16일 오전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을 수사관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그가 같은 날 오전 5시 22분쯤 누나로부터 받았다는 카톡 메시지에는 `너 많이 혼났겠구나. 실종 신고가 웬 말이니.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라고 적혀 있었다.


며칠 뒤 카톡 메시지에는 A씨가 `부모님에게 남자친구 소개하고 떳떳하게 만나라`고 하자 누나는 `잔소리 그만하라`고 답장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경찰을 완벽하게 속인 이 카톡 메시지는 A씨가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혼자서 주고받은 대화로 드러났다. 또한 A씨는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부모까지 속여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신고를 지난달 1일 취소하게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새벽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B씨의 시신을 방치했다가 같은 달 말쯤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유기했다. B씨의 시신은 4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발견됐고, A씨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체포됐다.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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