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당' 프레임 공격에…김기현, 첫 지방 일정으로 호남行
초선 의원 및 당내 청년정치인들도 지도부 이어 호남 찾아
'영남당 프레임', 대외적 이미지에 타격 될 수 있어 우려 커
"프레임 대비하면서도 중도 끌어안는 융통성 리더십 필요해"
울산을 지역구로 하는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며 일각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영남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적극적인 외연 확장 행보로 이러한 프레임이 고착화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양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해 초선 의원 10여명이 보수정당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호남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평가받는 '서진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기현 권한대행의 광주 행보는 지난달 30일 선출 이후 첫 지방 현장 일정이라는 데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권한대행이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꾸준히 강조했던 대로 영남이든 호남이든 수도권이든 여부를 떠나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행보로 평가해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권한대행에 이어 당내 초선 의원 10여명도 호남을 찾는다. 김미애·김형동·박형수 유상범 윤주경 이영 이종성 조수진 조태용 의원 등과 김재섭 비상대책위원과,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보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 조수진 의원 측은 "5·18 민주화 운동은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국민의힘 초선들은 광주 정신을 훼손하는 발언이나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단 지도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내 지도부가 영남 출신 인사들로 구성되는 것은 대외적인 이미지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 차기 당대표 후보군에도 영남권 인사들이 대거 유력 인사로 거론되는 점을 볼 때 '영남당 프레임' 탈피는 차기 3·9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는 평가다.
따라서 향후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나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과거처럼 '지역'을 앞세워 지역 간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던 경험에서 벗어나 당의 쇄신 방안과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아젠다 싸움'으로 이끌어나갈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관측이 많다.
경남 밀양을 지역구로 하며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조해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원들이) 당과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 제일 필수 과제인 범야권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 또 그 전제조건인 당 혁신, 이걸 누가 가장 차질 없이 잘해낼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또 "필요하다면 지역이나 선수 안배 등도 보조적으로 참고하겠지만 결국 핵심적으로 볼 것은 누대통합의 적임자가 누구일 것인가가 중 판단기준이고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역 프레임'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권성동 의원 또한 "사람을 보고 평가를 해야지 저 사람이 영남 출신이 맞냐 아니냐를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며 "영남당 논란보다는 당이 확실하게 중도지향적인 그런 행보를 보여야 한다.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우리 당의 당대표를 나오신 분들이 과거로 회귀할 분이냐. 또 과거로 회귀한다는 이미지를 받는 분이를 지원을 받고 있느냐. 그게 아니고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면서 중도지향적으로 나갈 것이냐. 여기에 판단 기준을 두면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출신 지역을 떠나서"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영남당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떨쳐내야 한다는 기류 못지 않게 지금껏 보수 정당의 본류를 지켜온 핵심이 됐던 영남을 홀대하는 이미지를 보이는 것 또한 필히 경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TK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나, 전국 정당의 필요성도 공감하지만 마치 영남 지역 의원이나 당원들이 당에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 마냥 여론을 호도하는 것도 핀트를 잘못 잡은 관점"이라고 평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의 5선 정진석 의원도 "당 일부에서 나오는 영남당 운운은 자해행위다.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더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지, 영남 정서를 후벼 파는 발언을 해선 안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 국회의원 누가 '호남 일방주의', '호남당' 언급을 한 적이 있느냐. 이게 정상이고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우리 당을 떠받치고 있는 분들은 영남 사람이다. 이 분들이 문재인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냐"라며 "이건 수년 전 우리 당 사람들이 입만 열면, 적대세력들이 '막말'이라고 몰아붙인 막말 프레임의 변형"이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자칫 '영남당 논란'이 조기에 불식되지 못 하고 대선 경선 국면까지 이어져 당내 분란의 본질적 요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나온다.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인사들의 효율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어느 한 쪽으로 명확한 노선을 정하기엔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많고, 나쁘게 해석하면 '당내 갈라치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과도한 '영남당 프레임'에 대비하면서도 중도층 끌어안기에 성공하는 융통성 있는 아젠다를 당원들로 하여금 확신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