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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의 인상팍!] ‘10년 간 6명’ 롯데는 감독 교체로 무엇을 얻었나


입력 2021.05.15 07:00 수정 2021.05.15 17:39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잦은 사령탑 교체로 ‘감독들의 무덤’ 오명

8년 간 5명 사령탑 거쳤지만 PS진출 단 한 번

반복되는 악순환에도 학습효과 전혀 없어

올 시즌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인 롯데 자이언츠. ⓒ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또 다시 감독 교체를 단행하며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롯데는 지난 11일 올 시즌 팀을 이끌던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019년 10월 롯데와 3년 총 10억 5000만원에 계약 한 허문회 감독은 1년 7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10년간 무려 6명의 감독이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되면서 ‘감독들의 무덤’이 됐다. 10년의 세월이면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데 롯데의 강산은 그동안 수도 없이 변했다.


대행까지 포함하면 롯데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무려 20명의 감독이 거쳐 갔다. 감독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짧다.


익히 알려진 대로 허문회 감독의 이번 경질은 현장과 프런트의 마찰 때문이다. 롯데 역시 이번 결정이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며 어느 정도 항간에 떠도는 불화설을 인정했다.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이 추구하는 팀의 방향성과 노선이 달랐고, 결국 마찰음이 발생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고 결국 허 감독이 경질됐다.


롯데는 최근 10년 동안 무려 6명의 감독이 경질됐다. 불행의 시작은 어쩌면 양승호 감독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물러난 뒤 2011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양승호 감독은 2시즌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지만 2013시즌을 앞두고 경질됐고, 롯데는 그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양승호 전 감독이 경질되고 롯데는 2012시즌 이후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던 적이 2017시즌 뿐이었다. 지난 8년 동안 5명의 사령탑이 팀을 맡았는데 포스트시즌 진출을 단 한 번뿐이다.


전임 감독들이 온전하게 임기를 보장받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꾸준히 기다려주기 보다는 여차하면 감독 교체에 나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롯데서 경질 당한 허문회 감독. ⓒ 롯데 자이언츠

물론 개혁이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칼을 빼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롯데의 경우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너무 칼을 쉽게 빼들었다는 것이다.


감독 교체가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감독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LG트윈스만 봐도 그렇다.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암흑기를 보냈던 LG도 김성근 감독 경질 후 2014년까지 무려 7번이나 감독(대행 포함)이 교체됐다.


하지만 2014년 5월 부임한 양상문 감독부터 2018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까지 모두 계약 기간을 채웠다. 이 기간 LG는 7번의 시즌 중 4번이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또한 올 시즌을 통해 3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할 정도로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았다.


지도자는 마법사가 아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꾸준한 시간이 필요하고, 구단도 믿음을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롯데는 이번 허문회 감독의 경질로 인해 ‘잘못된 선임’과 ‘성급한 교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또 다시 반복되는 모양새다.


서튼 감독 선임 역시 임시방편의 미봉책에 그친다면 롯데는 지난 10년 간 반복되는 사령탑 교체에도 얻은 것이 없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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