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6000만원, 월 30만원↑ 임대차 계약시 의무 신고
"집주인-세입자, 선악으로 나누는 정책…임대차시장 안정 힘들어"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전월세 신고제' 본격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한 달간의 시범운영에도 제도 부작용이 속속 감지되고 있어 실질적인 임차인 보호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본격 시행된다. 이는 보증금 6000만원, 월 30만원 초과 주택에 대해 전월세 계약이 이뤄질 경우,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이를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대상 지역은 서울·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역과 지방 광역시, 세종, 도 내 시 지역이다. 거래량이 많지 않고 소액 임대차 계약 비중이 높다고 판단돼 군 등 일부 지역은 제외됐다.
대상 주택은 아파트와 다세대를 비롯한 고시원, 기숙사 등 준주택, 공장, 상가 내 주택, 판잣집 등 비주택도 모두 포함된다.
허위로 신고할 경우 과태료 100만원, 미신고는 미신고 기간 및 계약금 수준 등에 따라 4만~100만원까지 과태료를 차등 부과한다.
다만 계약기간이 30일을 넘지 않는 단기 계약은 의무 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 가령 한 달 주기로 계약을 갱신하는 고시원의 경우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제도 도입 후 적응 기간 등을 감안해 내년 5월31일까지 1년간 과태료 부과 없이 계도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는 임대차 가격과 기간, 갱신율 등 시장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세입자를 보호하고 전월세 거래의 편의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다. 지난 한 달간 시범운영에 돌입했는데 벌써부터 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4월19일부터 정부는 대전 서구 월평1·2·3동, 세종 보람동, 용인 기흥구 보정동 등 5개 동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전월세 신고제를 운영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벽에 난 작은 흠집까지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겠단 집주인도 있었다"라며 "앞으로 임대주택 관리나 유지에 드는 비용을 집주인들은 최소화하려 할 텐데 금액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주거환경 측면에서도 세입자는 불리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과세 목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장에선 언제 말이 또 바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라며 "임대인도 임차인도 모두 시장에 필요한 구성원들인데 정부가 정책을 통해 이를 선악으로 구분 지으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주인은 임대소득이 노출되는 만큼 기존보다 세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그럼 임대료에 손을 대려고 할 것"이라며 "당장은 1년간 과태료 부과 유예 기간이 있지만 갱신 시점에선 조금이라도 시장가격에 맞춰 임대료를 올려 받으려고 할 텐데 이 과정에서 분쟁이 잦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제도 회피를 위한 편법이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월세신고제를 비롯한 현재 임대차3법으로는 임대차시장 안정을 거두기 힘들다는 견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0일 미만 초단기 계약, 보증금 6000만원에 월 30만원 미만은 의무 신고대상에서 빠진다는 조항 자체가 악용할 여지를 주는 것"이라며 "임차인에게 전월세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임대료를 깎아주는 등 편법이 당분간 나타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처벌 규정이 약해 처벌을 받고도 마음대로 하겠단 집주인이 나타날 수 있을뿐더러 하자보수를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고 할 것"이라며 "다음 정책으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지 않고 현 제도만으로 임대차시장 안정을 거두긴 힘들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