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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㊸] ‘위키드’ 오유나 “화려해 보이는 무대, 매 순간이 아찔하죠”


입력 2021.05.22 10:26 수정 2021.05.23 18:0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부산 초연, 20일 드림씨어터 개막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에스앤코

뮤지컬 배우 오유나에게 연기는 매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발레를 전공하던 중 전공 실기로 듣게 된 연기 수업은, 그저 흥미로운 경험정도로 끝나는 듯 싶었다. 그런데 졸업 후 컨템퍼러리&재즈댄스 컴퍼니에 입단했고 단원들을 위한 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그의 꿈의 방향성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춤을 추면서 연기도 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는, 발레 전공자이자 연기에 흥미를 느낀 오유나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데뷔 후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 위에서의 순간,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2일 서울 공연을 마무리하고, 20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위키드’의 전 시즌을 함께 하고 있다. 볼거리가 화려한 뮤지컬들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히는 이 작품에서 오유나는 댄스캡틴과 스윙 포지션을 맡고 있다. 관객들이 보기엔 마냥 화려해 보이는 무대가, 배우에겐 아찔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초연에 이어 재연, 그리고 삼연까지 함께 한 건 ‘위키드’가 가지고 있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 때문이다.


-2000년 ‘칼리귤라 닷컴’으로 데뷔하셨는데요. 처음 무대에 올랐던 당시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대학로 아리랑 소극장에서 공연이었죠. 지금은 그 극장도 사라지고 없어져서 추억이 되었네요. 데뷔였지만 운이 좋아 대사도 많고 춤도 춰야 하는, 심지어 1인2역이었어요. 너무 재밌고 신기해서 정말 열정에 넘쳐서 했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오유나 배우가 느끼는 무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한계에 도전하고 그걸 넘어설 때 느끼는 짜릿함, 무대는 그런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매력인 거 같아요.


-무려 20여년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무대에 오르면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사람마다 슬럼프가 다르게 느껴질 거 같은데, 전 많은 애착을 뒀던 작품을 끝내고 나면 뭔가 몸살처럼 몸도 마음도 앓는 것 같아요. 그게 저에게는 슬럼프에요. 예전에는 생활을 위해서 그렇게 슬럼프가 와도 일을 하며 극복하려 애썼는데 지금은 애쓰지 않고 그저 그런 제 상태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려 해요.


-데뷔 이후 많은 부분이 달라졌겠죠?


예전에는 그저 열정으로 겁 없이 무대에 섰다면 지금은 무대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무대에 서는 게 더 두려워졌다고나 할까요?


ⓒ애스엔코

-현재 출연 중인 ‘위키드’의 모든 시즌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같은 작품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인도 성장하고, 환경도 달라지면서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도, 작품에게서 받는 메시지도 달라질 것 같아요.


맞아요. 예전엔 주인공인 엘파바와 글린다를 중심으로 평면적으로 극을 바라봤다면 지금은 주인공들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 피에로, 네사로즈, 보크, 마법사, 모리블 학장에 이르기까지 시야가 더 넓어지고 입체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볼 수 없는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도 생기면서 그들의 대사와 가사가 잘 들리기도 하고요. 예전엔 엘파바, 글린다를 통해 ‘다름과 틀림’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생각했었다면 요즘은 마법사의 넘버인 ‘원더풀’(Wonderful) 중 ‘모두가 좋아하면 그게 진실이지’란 가사가 와 닿아요. 이번 시즌엔 이 노랫말이 어쩌면 우리 작품의 메시지처럼 느껴져요.


-반대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결같은 부분이 있다면요?


두 주인공이 서로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스토리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죠, 특히 ‘너로 인하여’(For Good)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최고예요.


-‘위키드’의 모든 시즌에 함께 하게 된, 즉 다시 ‘위키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작품은 초연부터 고생하며 참여한 작품이라 애증의 관계 같아요. ‘어휴, 다음엔 못할 거 같아’라고 해놓고 또 세 번째 시즌을 함께 하고 있네요. 하하. 처음에 고생한 경험이 너무 아까워서 다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고생을 즐기고 있는 건지도요(웃음).


-예비 관객들에게 ‘위키드’의 매력 중 딱 한 가지만 어필하자면요?


부산 초연이 이제 막 시작되어서 부산 관객 분들에게 어필한다면, 일단 탄탄한 스토리와 영화에서나 볼법한 스펙터클함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음악과 춤! 이런 작품을 동영상이 아닌 라이브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위키드’의 매력은 정말 하나로 꼽을 수 없어요.


-이번 위키드에서 스윙으로 참여하고 계신데요. 순발력, 노련함을 요하는 포지션이잖아요. 작품 전체를 숙지하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중요한 포지션이나 스페이싱은 작은 메모장에 그림으로 그려 넣고 수시로 볼 수 있는 곳에 붙여 놓거나 가지고 다니며 봅니다. 자주 보고 많이 해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몸을 많이 써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체력 관리는 필수겠죠?


그럼요. 체력이 부족하면 큰일이죠. 식단을 굉장히 신경 쓰면서 관리하는 편이에요.


-관객 입장에선 마냥 화려해 보이지만, 무대에 오르는 배우 입장에선 아찔한 순간도 많을 것 같아요.


공연 중에 댄서들이 케이지(우리)에 갇힌 플라잉 멍키 장면이 있는데, 안전장치를 차고 케이지 높은 곳까지 직접 암벽 등반하듯이 올라가거든요. 그 씬은 정말 무서운, 쉽지 않은 장면이에요. 그리고 에메랄드 시티에서 3명의 플랫헤드라는 커다란 인형 탈을 쓰고 춤을 추며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탈은 앞이 잘 안 보이거든요. 혹시라도 가끔 넘어지거나 무대 장치에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날까 봐 정말 아찔하죠.


ⓒ에스앤코

-연습 과정에서, 혹은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어느 날은 공연 30분 전에 앙상블 배우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갑자기 무대에 들어가게 된 적이 있어요. 정신이 없었는데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서포트 해줘서 무사히 공연을 마쳤던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오유나 배우에게 ‘위키드’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동안 ‘위키드’를 비롯해 ‘아이다’ ‘캣츠’ ‘라이온킹’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물론 ‘위키드’도 제 인생에 중요한, 손에 꼽히는 작품이지만 제가 무용수가 아니라 배우로 첫 데뷔를 하게 해주었던 연극 ‘칼리큘라 닷 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벌써 21년 전 작품이네요. ‘칼리큘라’에 나오는 드뤼질라, 시삐옹이란 전혀 다른 역할을 1인2역으로 하면서 때로는 대사로,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당시로선 실험적인 창작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꼭 참여하고 싶은 뮤지컬, 혹은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그동안 라이센스 뮤지컬 작품을 주로 해 와서 이제는 실험적 시도가 있는 창작 연극을 해보고 싶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지키고자 하는 신념, 무대에 대한 자세도 궁금합니다.


무대를 책임지되 딱딱하고 굳어진 상태가 아닌 유연하고 부드럽게….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인식되고 싶으신가요?


무대에서 힘을 뺄 줄도 아는, 스스로 컨트롤하는 능력이 좋은 배우. 희망사항이죠(웃음).


-오유나 배우의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먼 미래의 목표보다는 매일 맞이하는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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