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인텔, 공장 건설 추진에 삼성도 투자 확정
증설 경쟁 본격화 속 대형 기업 고객 확보 '주목'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라인 구축이 잇따르면서 증설 경쟁과 함께 향후 고객 확보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앞서 공장 건설을 발표한 TSMC와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대형 IT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려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TSMC·인텔 등 반도체업체들이 미국 내에 파운드리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가운데 증설에 맞춰 고객사 확보 여부가 향후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공장 증설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지역과 생산 공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 투자를 공식화한 것이다.
파운드리업계 1위 타이완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5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공장을 더 건설하기로 한 상태다. 여기에 3나노 이하 공장 설립 방안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대 250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추가로 투자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인 인텔도 2023년 완공을 목표로 20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팹)을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 3월23일 파운드리 서비스 사업부 신설과 함께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적극적인 투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가 잇따르면서 향후 이들간 증설 경쟁뿐만 아니라 고객 확보전에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이들의 잇따른 투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기여한다는 정치적 목적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 미국 내 파운드리 고객 확보를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이라는 경제적 목적도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는 애플·구글·퀄컴·엔비디아·AMD 등 대형 IT기업들이 많아 이들을 고객으로 삼아 위탁생산 물량을 늘리려는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파운드리는 팹리스(Fabless·설계전문) 등 기업 고객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수주하는 사업의 성격상 공장 증설과 함께 고객사 확보가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 만일 생산라인을 늘려놓은 상태에서 고객 물량 확보가 더디게 이뤄지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손실이 커질수 있다.
지금이야 차량용 제품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도체 공급난이 빚어질 정도로 파운드리 수요가 높지만 향후 몇 년 뒤 생산라인이 구축됐을 때의 수급 상황을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파운드리 사업자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뿐만 아니라 굳건한 상호 신뢰 구축이 이뤄져야 하는 시장의 특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팹리스 기업들로부터 파운드리 물량 수주를 위해서는 미세공정과 패키징 등 기술력은 기본으로 설계 기술에 대한 보안성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위탁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업체로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자체적으로 칩 설계를 하는 것이 고객인 팹리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를 야기할 수 있어 사업 수주에 약점으로 작용해 왔다.
이는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구가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로 압도적인 1위로 2위인 삼성전자는 17%로 TSMC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지난해 IBM에 이어 퀄컴 등으로부터 위탁 생산물량을 수주하는 등 기술력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신뢰 구축도 이미 입증된 상태여서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간 경쟁 심화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공장 건설 비용과 인건비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잇따라 생산라인 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파운드리 업체들로서는 미국 현지 대형 기업들의 고객 확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