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南北 핫라인 복구·경협 가능"
P4G 정상회의서 대북 메시지 가능성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자 문재인 정부가 독자 운신 폭을 확보했다며 대북 드라이브를 시사하고 나섰다.
남북 간 대화 재개는 물론 경협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협력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지를 두고 서울과 워싱턴의 온도차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외교부·산업통장자원부·보건복지부 3개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간 대화·관여·협력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선순환적으로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문 정부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평가되는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이날 세종연구소와 미 평화연구소가 공동 주관한 웨비나에서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남북협력 지지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남북 간 핫라인과 경협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다. 미국이 이를 막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올가을께부터 한국이 대선 국면을 맞는다며 "남북 경협 프로젝트는 그때가 되면 모멘텀(추진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문 정부가) 그 이전에 결단하고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관련해 "확정된 사안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언급한 △남북 연락채널 복구 △코로나19 및 쌀·비료 관련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개별방문 등의 사안을 차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선 단절된 대화채널 복원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할 수 있고 남북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로 코로나19를 포함하는 '보건·의료 협력', 자연재해 대응 등의 '환경협력', 식량·비료 등의 ‘민생협력’ 등을 말씀드려왔다. 계속 준비해오고 있고 이런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방안을 구체화하고 다듬는 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오는 30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2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이사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소중립, 기후변화 이슈에 동참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관련 제안을 북한에 할 수도 있다. 새로운 화두가 (남북)협력 강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南北협력, 北 비핵화와 연계될 듯"
"美, 정유 제품 제재할 수도"
대북 운신 폭을 확보했다며 고무된 서울과 달리, 워싱턴은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유지 기조에 좀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남북협력이) 유엔 및 미국의 대북제재에 반하는 행위라면 바이든 행정부가 지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남북협력에 있어 "면제·예외 조항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 완화와 강화를 모두 고려하고 있으며,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결국 북한이 어떤 (비핵화) 조치를 수용하고 이행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남북협력 수준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여지를 줄 순 있다"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핵 이슈 개선과 서로 매칭되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그렇게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인혼 선임연구원은 남북경협 가능성에 대해선 "미 행정부가 지원할 여유가 있는지 지켜봐야 하고,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북제재를 관장하는 각 부처가 제재완화 등의 전향적 조치를 검토하진 않을 거란 뜻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많은 시도를 해볼 것으로 안다"며 "정유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의 유류 비축량·달러 보유량 감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제재 완화·면제를 꾀하는 문 정부와 달리, 미국은 제재 강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이 "공은 북한에 있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군사도발을 감행할 경우 제재 강화라는 상응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