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부재·수요 저조에 중견 완성차 3사 판매 감소세
독일차 브랜드, 고성능·전기차 등 막강한 신차로 질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중견 완성차 3사 판매 감소세와 독일 수입차의 성장세가 엇갈리면서 브랜드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5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는 2만4080대로 전년 동월 2만3272대 보다 3.5%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주로 독일차의 선전에 기인했다.
수입차 판매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5월 전년 동월 보다 17.4% 늘어난 7690대의 판매고를 나타냈다. 이 수치는 쌍용차·한국GM·르노삼성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 판매량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체 성적은 현대차·기아에 이어 3위였다.
지난해 출시한 부분변경 모델인 E클래스와 올해 선보인 완전변경 모델인 S클래스가 벤츠의 판매를 견인했다. E 250, E 350 4매틱이 5월 한 달간 1257대, 544대 팔렸다. S클래스는 580 4매틱, 350d가 각각 741대, 557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수입차 2위인 BMW도 6000대가 넘는 판매량으로 전체 4위에 올랐다. 이로써 독일차 2개 브랜드가 국내 완성차 3사를 모두 앞질렀다. BMW 코리아는 지난달 6257대를 판매, 전년 동월 대비 27.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BMW는 작년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 5시리즈가 전체 판매를 견인했다. 520과 530e의 지난달 판매량은 각각 873대, 607대다.
수입차 3위를 기록한 폭스바겐 코리아는 제타 1.4 TSI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월 보다 11.6% 늘어난 1358대를 기록했다.
독일차 브랜드가 전반적으로 승승장구한 반면 중견 완성차 3사는 부진한 성적으로 대조를 보였다. 르노삼성은 5월 국내 시장에서 4635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동월 대비 52.6%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판매량이 쪼그라들자 각종 할인정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르노삼성은 SM6와 QM6 차종에 따라 최대 180만원~280만원까지의 할인혜택을 제공했으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0.0%, 22.3% 감소한 222대, 3081대로 추락했다.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쌍용차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5월 내수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4.6% 급감한 4956대였다.
티볼리, 코란도, 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 판매하는 4개 라인업이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쌍용차는 지난달 차종에 따라 최대 200만원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각종 마케팅을 내세웠지만 코란도와 G4렉스턴은 각각 765대, 555대에 그치며 판매량이 크게 미끄러졌다.
한국GM의 5월 내수판매는 4597대였다. 전년 동월 대비 15.0% 줄어든 것으로 감소폭은 3사중 가작 작지만 판매량은 가장 뒤쳐졌다.
판매 제고를 위해 지난달 한국GM은 할부 이용시 현금을 지원하는 등 최대 3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했으나, 트레일블레이저와 스파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종 판매가 40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중견 3사의 부진과 독일차 브랜드 판매 호조로 독일차의 합산 판매량은 중견 3사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1~5월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의 합산 판매량은 7만2186대로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의 7만1551대를 상회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 중견 완성차 3사 합산 판매량이 10만대를 웃돌았고 독일차 3개 브랜드가 5만6000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크게 역전된 것이다.
이들 중견 3사는 난국을 타개할 만한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전기차 등 막강한 신차를 준비중인 현대차·기아, 수입차 브랜드에 밀려 하반기에도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3사는 법정관리,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 등 내부 문제가 심각해 생산차질 위험이 상존해있다.
르노삼성은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을 놓고 노사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며 한국GM은 올해 임협을 놓고 노조가 기본급 인상과 1000만원 수준의 일시금(성과급+격려금)을 요구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중인 쌍용차는 최대 2년간 직원 절반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마련하는 등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아울러 중견 3사들은 부분변경 모델이나 수입 모델 외에는 신차 계획이 없는 상황으로, 내수 시장에서 자동차 브랜드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콤팩트 전기차 SUV인 EQA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BMW 역시 전기차와 고성능 차량 등 신차를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GM은 국내에서 새롭게 생산하는 차종이 없는 대신 순수 전기차 볼트EV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를 비롯해 SUV, 볼트 EUV 등 수입 판매 차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이들 라인업은 볼륨 측면에서 판매량 제고에 크게 기여하기 힘들다.
쌍용차는 첫 준중형 SUV 전기차인 E100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연내 출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아예 신차 없이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