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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정당' 소신 굽히지 않은 이준석, 정면돌파 선택했다


입력 2021.06.04 00:00 수정 2021.06.04 00:11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보수 본산 TK 찾아서도 '朴에 감사하지만 탄핵은 정당' 소신 펼쳐

대세론 굳히기 위한 '승부수' 평가…'탄핵의 강' 건너자는 메시지

탄핵 문제 자유롭지 못한 윤석열 '국민의힘 합류'에도 긍정 신호?

이준석 "TK가 제 생각 품어주신다면 다시는 배신·복수 없을 것"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후보가 보수의 본산인 대구·경북을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다는 기존의 소신을 거듭 강조하며 일종의 '정면돌파'를 택했다. 강성 보수 지지층에 민감할 수 있는 탄핵 문제에 정공법을 택한 이 후보의 승부수가 통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이 후보는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여러분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으십니까"라며 "나를 영입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 박 전 대통령이 나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서있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준석의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에서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퇴며 27살 약관의 나이에 정계에 입문한 바 있다. 자연스레 '박근혜 키즈'라는 별명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됐지만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당시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후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보수대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에 합류하며 정치적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을 감행했던 이 후보의 과거는 줄곧 강성 보수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샀던 주요 요소였다.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이 중도보수 노선으로 선회하며 이 후보를 비롯한 중도 성향의 인사들이 당에서 목소리를 높여갔고, 이번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소위 '신드롬'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여전히 진성 당원들의 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느냐는 전당대회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평가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따라서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고 강조한 이 후보의 정면돌파는 '이준석 대세론'을 굳히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의 과거 행보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이를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며 탄핵의 강을 함께 건너자는 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명확히 던졌다는 분석이다.


한 TK 지역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TK 지역 당원 및 국민들에게 예민한 탄핵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강권하거나 설득시키는 게 아니라, '대의를 위해 이해해달라'고 읍소한 점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칫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문제를 지혜롭게 넘어갔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연설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오늘 예고했던 대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이날 이 후보의 승부수는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합류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를 이끌었던 인물로서 탄핵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비슷한 입장의 이 후보가 선제적으로 TK 당원들과의 설득·화해에 나서며 '탄핵의 강'을 보다 수월하게 건널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이 후보도 이러한 부분을 겨냥해 "우리 당에 들어오길 주저하는 대선 주자가 있다면, 제가 당대표가 될 경우 과거에 있었던 행동 때문에 당에 대한 진입이나 당내활동이 제약되지 않아야 한다는 제 소신을 밝혔다"며 "이것은 제 원칙이고 당원 동지들께서 이걸 받아들여 주셔서 더 많은 대선주자들이 '대선 경선 버스'에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YTN '나이트포커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집어넣은 사람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지나지 않고, 탄핵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윤 전 총장을 어떻게 영입하겠는가"라며 "그런 점에서 이준석 후보가 '탄핵이 불가피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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