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은하가 유방암 수술을 받고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척추분리증에서 이어진 쿠싱증후군으로 고생하다가 20kg 이상을 감량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던 가운데 맞닥뜨린 일이라 안타깝다. 하지만 이은하는 밝고 씩씩하다. 수술 한 달여 만에 MBC ‘복면가왕’에 ‘단발머리 소녀’ 가면을 쓰고 출연해 변함없는 가창 실력을 과시했다.
6일 이은하 측에 따르면, 암임을 알게 된 것은 지난 설 즈음이다. 연예인이란 시청자와 팬들에게 언제나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은하이기에 허리 치료와 쿠싱증후군 탈피를 위해 힘쓰고 있었고, 건강관리를 위해 꾸준히 병원에 다니고 있던 터라 암을 비교적 조기 발견할 수 있었다. 4월 초 절제 수술을 했고, 현재는 방사선 치료 중이다.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이은하의 목소리는 밝았다.
“보통 멍울이 잡히면 조직검사 해 보고 악성인지 양성인지 판단하잖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단박에 암이라고, 2cm라고 하시더라고요. 얼마나 명확하면 이렇게 말씀하실까, 실력자시기에 진단을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몇 기인지는 열어 봐야 정확히 나온다며, 검진 상에는 2기로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심정이 어땠을까. “말씀 들었을 때는 멍하더라고요. 보는 눈 없이 혼자 있을 때는 울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제가 혈혈단신이 아니잖아요. 제 일 봐주고 있는 동생도 있고, 제가 힘들면 주변이 더 힘들 거잖아요, 참았죠. 슬픔도 참으니까 참아집디다. 물론 처음에는 왜 나한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나, 정말 열심히 식이요법하고 운동해서 건강해지고 있었는데, 아쉽기도 했죠. 하지만 이은하의 인생은 앞만 보고 달려왔잖아요, 난관에 부딪히면 극복하면서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더한 일도 겪었다! 하는 마음으로 힘을 냈어요.”
현재 몸 상태가 궁금했다.
“모든 게 행운의 연속 같아요. 열어 보니 1.5기라네요, 예상보다 좀 낮다니까 무척 힘이 되더라고요. 임파선 등 함께 수술했는데 다른 데로 번진 곳도 없다 하고. 수술 예후가 좋아서 방사선 치료로 곧장 간 것도 다행이고, 모든 게 너무 감사해요. 다만 제가 한쪽을 절제했는데 반대편 손이 아침이면 무척 부어요. 마이크 잡아야 하는데, 제가 왼손잡이라 왼손에 잡는데 (작은 바늘도 아니고) 마이크를 쥘 수 없을 만큼 붓네요. 그것 말고는 다 좋습니다(웃음).”
어떻게 하면 이렇게 밝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활기가 느껴졌다. 강인한 멘탈을 소유하기까지 얼마나 부단히 마음공부를 했을지 짐작이 됐다. 암 투병 중,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5월 중순에 어떻게 ‘복면가왕’에 나갈 수 있었는지 물었다.
“원래 약속돼 있던 출연이었어요. 갑작스러운 수술로 늦추게 된 게 죄송했고요. 수술 후 힘을 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코로나19로 노래 부를 무대가 정말 드문데, 언제나 그랬듯 노래 부를 수 있는 곳이면 달려가야 하는 게 아닌가. 다행히 컨디션이 받쳐 줘서 연습 정말 많이 했어요. 신곡 연습하고, 녹음 전에 연습하듯 열심히 했어요. 수술로 목을 쓰지 않았기에, 그래도 음역은 청춘 그때와 같다는 자부심 하나로 사는데 목을 틔워야 했고요. 신인 시절로 돌아간 듯 열과 성을 다해 ‘복면가왕’ 무대 준비했네요.”
‘단발머리 소녀’ 이은하는 지난달 30일 방송된 1라운드에서 가수 전영록의 ‘불티’를 ‘긴 생머리 아가씨’(장윤정)과 불렀다. 아마추어인 상대에 맞춰 가볍고 흥겹게 불렀음에도 판정단은 “속이 뻥 뚫린다” “소화제다” 환호했고 김현철은 팔을 높이 치든 박수로, 유영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로 환호했다. 2라운드에서 판정단으로 바로 눈앞에 있는 조장혁의 노래 ‘체인지’로 고음 파워를 발산하고, 3라운드에서는 명곡 중의 명곡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하며 녹화장 열기를 폭발시켰다.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 이은하임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클래스가 다르다” “당분간 이 가수를 이길 자는 없다”, 듣는 이 모두가 감탄했고 윤상, 권인하 등 후배 가수들의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다만 1라운드에서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불티’ 가사 중 “이제라도” 한 어절을 부르자마자 누군지 모두가 알아차린 결과, ‘5월의 에메랄드’가 앉아 있는 가수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복면가왕’은 누구인지 모를 때 다음을 기대하며 가왕 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데, 단연코 불리했다. 1973년 ‘님마중’으로 데뷔한 이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돌이키지마’ ‘아리송해’ ‘밤차’ ‘사랑도 못해본 사람은’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봄비’ ‘겨울 장미’ ‘당신께만’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이은하 아닌가. 오래도록, 자주 들어서만이 아니라 ‘혼동할 수 없는’ 특별한 허스키 보이스다 보니 숨길 수 없고 모를 수 없는 목소리다.
1976년부터 10년 연속 10대 가수에 오른, 이미 ‘가왕’인 가수가 가왕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은 없을까.
“저는 가왕 못 된 것보다 계속해서 노래 부를 수 없는 게 아쉬워요. ‘복면가왕’ 나갈 때, 시청자 여러분께 힘 받아서 그 힘으로 암과 겨뤄 보자 했거든요. 한 편으로는 방사선 치료받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노래 연습에 매진하면서, 그런 응원의 시간 속에서 암을 극복하고 싶었어요. 그게 아쉽네요.”
“여러분이 저를 보시면서 힘 빠지는 거 싫어요. 제 직업이, 타고나기가 대중 연예인인데 웃음을 드리고 희망을 드려야죠. 아픈 건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지만, 아파도 변함없이 노래 잘하고 열심히 살고 환히 웃는 모습으로 희망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탈락했지만 여전히 제 삶은 그대로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듯 힘차게 노래해야죠. 얼굴 맞대고 노래할 날도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다. 육십갑자를 돌아 태어난 해의 갑자로 돌아가는 일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히 여겨 ‘환갑’을 기념한다. 가수 이은하는 언제나 청춘, 사람 이은하는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육십갑자를 시작했다.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