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제 채택·안건소위 인사 맞물려 지연
경영 불확실성 속 금융위發 ‘수위 완화’ 기대
금융감독원發 라임자산운용펀드 최고경영자(CEO) 징계 확정이 반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라임 사태가 첨예하다보니 금융위원회가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담당 공무원들의 교체에 따른 인사로 최종 결론은 더 늦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른 금융사의 지배구조 리스크 불확실성도 지속중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안건소위)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에 대한 라임 펀드 판매 제재심 처리에 대해 7개월째 논의중이다. 통상적으로 안건소위에서 한 두 차례 논의를 통해 특정 안건을 정례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3개 증권사와 전•현직 CEO 대한 제재를 결정한 이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CEO들의 중징계도 통보했다. 금융위의 최종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까지 증권사 3곳의 라임 제재 안건소위를 7차례 진행했으나, 아직도 정례회의에 상정하지 못했다. 금융위 측은 라임 사태가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당국과 판매사 간 입장이 첨예하고, 법률적으로 검토할 내용이 많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안건소위 상임위원들의 인사 교체도 맞물리고 있다. 안건소위를 이끌어온 최훈 상임위원은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대사로 발령이 났다. 심영 비상임위원은 이달 25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안건소위에서는 금감원 검사국과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3곳이 서로 공방을 펼치고, 상임위원들이 이 내용을 토대로 숙의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임위원들의 인사 교체는 심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제재 대상자에 대한 변론권을 보장하는 대심제를 채택하면서 논의자체가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며 “쟁송에 얽힌 부분이 있을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임위원 교체 이후 인사는 곧 단행될 것으로 안건 진행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대규모 줄소송 예고에 부담을 느끼면서 절차가 늦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관련 행정소송 1심 결과를 지켜본 뒤, 증권사 CEO징계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DLF 사태로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금감원 제재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취소 행정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두고 법리적으로 따져보는 중이다.
증권사 역시 중징계 조치가 과하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행정소송 1심 결과를 우선 살펴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의 결정에 따라 대규모 줄소송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다만 이같은 상황이 금융사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으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EO 징계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감원 제재심에서의 결정이 대부분 금융위까지 이어졌으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의 제재가 법률적으로 타당하지 꼼꼼히 살펴볼 것을 주문하는 등 금감원과는 다른 기류가 읽혀지며 수위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위가 증권사 3곳에 관한 제재심을 먼저 확정 지은 후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에 대한 징계도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라임·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등 환매가 중단된 4개 펀드를 모두 판매한 하나은행을 상대로 이달 중 제재심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분조위는 내달 초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