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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클 전쟁' '원정 접종'…잔여 백신, SNS 일원화로 젊은 층 독점?


입력 2021.06.12 05:49 수정 2021.06.12 15:13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SNS에 익숙치 않는 장년층·고령층 잔여 백신 예약 불리…"알림 울려 들어가면 예약완료 창만 계속 떠"

고령자多 농촌 지역까지 발 빠른 젊은 층 원정…"차로 2시간 거리면 기꺼이 간다"

전문가 "고령층 역차별, 백신 접종 경로 다양하게 열어놔야…고령자 사망률 낮추려는 정부 의도와도 배치"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잔여백신'을 검색해 확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가 60세 미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 접종 예약 경로를 네이버·카카오앱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일원화하자, SNS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과 고령층이 잔여 백신 예약에 불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60세 미만의 경우 잔여 백신을 맞기 위해 위탁의료기관의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이른바 '노쇼' 등으로 발생한 잔여 백신 예약은 지난 4일부터 전화가 아닌 카카오와 네이버를 통해 당일 예약·접종 신청 방식으로만 진행된다.


잔여 백신 전화 예약 신청은 60세 이상만 가능하다. 이미 예비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60세 미만은 12일까지 접종받을 수 있다.


이에 잔여 백신 접종을 위한 '광클(미치도록 빨리 마우스를 클릭한다는 뜻)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SNS에 익숙한 젊은 층이 사실상 독점하는 분위기지만 젊은 층 조차도 잔여 백신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다.


경기지역에 사는 정모(35)씨는 이날 하루 6번의 잔여 백신 예약을 시도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정씨는 "잔여백신 알림이 떠서 SNS 앱에 들어가면 이미 예약이 완료됐다고 뜬다"면서 "다른 지역도 보고 있어 차로 2시간 정도 거리면 기꺼이 잔여 백신 접종을 맞으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박모(31)씨는 4일 아침부터 직장 동료들과 잔여 백신 접종 예약을 위해 새로고침을 눌렀다. 박씨는 "예약 창을 열자마자 지도에 잔여 백신이 없다고 떴다"며 "동료 2명과 간신히 한 군데를 찾아 결제까지 갔는데 그새 다른 사람이 먼저 결제를 하는 바람에 접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시간을 새로고침을 누르며 매달리다 정말 안 되겠다 싶을 때는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지역을 넓혀서 검색해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젊은 층도 이 정도인데, SNS 방식에 익숙치 않은 장년층과 고령층의 어려움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윤모(49)씨는 오늘도 잔여 백신 예약에 실패했다. 며칠째 네이버 앱 알림을 켜놓고 잔여 백신 알림이 울리자마자 바로 앱에 접속했지만 아직 예약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윤씨는 "어제는 단 한 군데 알림이 떴고 들어가자마자 이미 예약이 완료됐다는 창이 떴다"며 "빨리 신청을 하려 해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신청이 느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분주작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심지어 고령자가 많은 농촌 지역에까지 진출해 잔여 백신 접종 예약에 성공하는 이른바 '원정 접종' 젊은 층도 부지기수다. 이에 따라 원거리에서 예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백신 폐기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10일 강원 화천군에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기관이 네이버와 카카오앱에 잔여 백신을 올렸더니 10초도 되지 않아 배정됐다. 이날 남은 잔여 백신의 수는 6개였다. 그런데 접종받은 6명 중 4명은 지역민이 아닌 인근 지역민이었고, 다수가 젊은층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춘천에서 3명 속초에서 1명이 잔여 백신을 앱을 통해 예약했지만, 이 가운데 한 명은 2시간이 걸려 결국 취소하게 됐다"며 "잔여 백신은 급하게 화천 주민이 접종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60세 미만 잔여백신 접종 예약 경로를 네이버·카카오앱 등 SNS로 일원화한 정부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60세 미만의 경우 SNS로만 잔여백신 접종 예약을 하도록 하다보니 SNS 익숙한 청년층이 SNS 예약에 빠를 수밖에 없고, 이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백신 접종을 다양한 경로를 열어 놓아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60세 미만 중에서도) SNS에 익숙한 젊은 층이 유리해 고령자 접종률 제고를 통해 사망률을 낮추려는 정부 의도와 맞지 않고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SNS를 이용하면 전화 예약보다 원거리 환자가 많고 퇴근 시간이 맞물리면 접종 불가한 상황도 발생한다"며 "더욱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SNS 일원화 방침은 보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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