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의 진보적 권력의지가 확인됐다
관전평 : 바꿔 입은 옷
이준석 대표는 공정 이상의 가치를 제시해야
이준석의 키워드는 ‘존중’이어야
보수정당의 진보적 권력의지가 확인됐다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 46.2%로 역대 최고의 관심과 열기속에 당대표가 선출되었다. 흥행에 성공했다. 단연 그 동력은 이준석 대표의 개인기였다. 새로운 주제, 새로운 방식, 새로운 논리로 보수정당의 진보적 권력의지(will to power)를 보여준 것이다.
그 결과, 43.82%의 득표율을 획득한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고, 보수정당을 통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당원들은 2022년 3월 9일 치러질 대선 승리를 위해 ‘안전하지 않은 미래’를 선택했다. 당원들은 그만큼 정권 탈환에 절박하다는 뜻이리라. 보수의 핵심 정서인 안정을 포기하고, 도전적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안정성과 희망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으니, 정권 탈환의 희망을 위해 안락한 안정성을 잠시 접어두기로 한 것이다.
관전평 : 바꿔 입은 옷
우선 이번 당대표 후보들의 선거 전략에 대한 관전평은 이렇다. 두 중진들은 옷을 바꿔입어했다. 엄마의 품처럼, 통합의 용광로가 되겠다는 나경원 후보의 이미지에 따뜻함과 포용력이 돋보이지는 않았지 않은가? 오히려 싸워서 이기는 대표가 되겠다고 해야 했다. 물론 싸워서 진 최근의 행보가 본인의 색깔을 내보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용광로 역할을 제시했으리라 짐작된다. 주호영 후보는 이겨본 사람이 이긴다고 했다. 주호영 의원의 장점은 말이 온화하고 두루 두루 친하다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강단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람 좋다는 평가가 최고의 무기였는데, 이것을 나 원내대표에게 빼앗겼다. 이렇게 두 중진의원은 서로 남의 옷을 입은 듯 했다. 그리고 이들이 윤석렬 전총장을 모시겠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윤 전총장의 인기에 편승해서 당대표 되고 싶은 사람이 필요할까, 중도확장을 통해 윤 전총장이 자신있게 탑승할 당을 만들겠다는 사람이 필요할까? 답은 자명하다. 이래서 첨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도 그간 일반여론조사를 훌쩍 뛰어넘는 득표력을 과시해, 당원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준석 대표는 공정 이상의 가치를 제시해야
국민의힘 신임대표 이준석은 방송에 출연한 평론가도, 지역구 출마자도 아니다. 대한민국 보수정당 본진의 얼굴이 된 것이다. 불안한 미래를 선택한 국민과 당원들에게 희망을 위한 보수의 정신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대정신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공정’이다. 왜 공정에 목말라할까. 어느 특정 집단(여성, 청년, 노인 등등)을 위한다며 위선적인 정책 내놓고 이 제도를 이용해서 자기들끼리 그 혜택을 향유하는 저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공정이면 21세기 대한민국은 거짓과 위선, 권력자들의 탐욕이 없어지고, 미래를 희망할 수 있게 되는 건가? 한 철학자의 작은 외침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이 사회가 제시하는 윤리가 상호 불침해, 최소한의 준법적 인간이면 충분한가 묻는다. 최소한의 도덕율을 넘어, 타인의 완성을 지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친다. 의무를 넘어서(beyond duty) 타인의 삶을 고양시키는 마음이 이 사회를 관통해야 하지 않을까?
이준석의 키워드는 ‘존중’이어야
이준석 대표를 통해 국민의힘이 내세울 가치 중 하나로 존중을 제안한다. 최근 방송에서는 아르바이트 청년의 능력을 보여주며 리스펙트를 외치는 광고가 있다. 그렇다. 청년들은 존중받고 싶어 한다. 거짓 혜택은 바라지도 않을 테니 우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 땅의 청년들은 존중받고 싶어한다. 어디 청년 뿐일까? 새벽 2시에 물건을 놓고간 택배기사님은 또 어떨까? 생계를 위해 100만원 일자리를 전전긍긍하는 어르신들은 또 어떨까? 모두 다 존중받고 싶어 한다.
존중의 시선으로 이 땅의 아픔을 바라보고, 그들의 고단함이 그들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무능한 정부가 그들을 고단한 삶으로 몰아넣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고, 국민의힘부터 존중을 실천하라.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