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에 대해 바로 기사를 쓰는 일은 드문데, 세 가지 이유에서 1주일 만에 다시 쓰게 됐다. 하나는 기사 반응을 보니 후속기사를 원한다는 두 분이 계셨고, 댓글을 읽다 보니 사실을 확인해드려야 할 게 보였고, 건강이 좋아지고 있는 차 암이 발병했다는데 어떻게 좋아지고 있었는지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아서다.
첫 번째 이유는 이 기사로 답을 드리는 것 같고, 두 번째 사실 확인은 이 대목에 관한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판정단이 의아하긴 했거든. 마지막 가왕의 선곡도 실패였다 생각했었고. 근데 이은하가 투병 중이라는 거 보니 한편으론 이렇게도 이해가 가네. 판정단들 이은하라는 거 알고 있었잖아? 그러니 투병 중이라는 거 알고 있었을 테고 무리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을 수 있어. 방사선 항암치료 엄청 힘든 거인 거 알지? 그 와중에 마이크도 반대 손으로 잡고도 그런 가창력 보인 이은하는 정말 레전드였다.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면 알겠지만, 마이크 어색한 손으로 잡는 것도 가창력에 안 좋은 영향 미침.”(kms5****)
구구절절 맞고, 판정단에 대한 이해심이 큰 말씀이다. 다만 MBC 음악 예능 ‘복면가왕’의 판정단은 이은하가 암 수술하고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방사선 치료 중인 상황을 몰랐다. 물론 목소리는 대한민국 누구라도 알 수밖에 없는 독보적 허스키라 대번에 알아차렸겠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누가 나오는지 판정단은 모르고 있었고 이은하의 암 투병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제작진은 알고 있었다. 이은하 측에서 약속된 출연 일정을 미루는 상황이 발생했기에, 그 이유가 유방암 수술이라는 것을 간곡히 전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원칙대로 복면 주인공의 정체를 말하지 않았고, 방사선 치료 중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마이크는 평소대로 왼손으로 잡았다. 손이 부어 떨어트릴까 걱정하는 부분은 있었을 것이고, 말씀하신 것처럼 마이크 잡은 어색한 손 때문에 고생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시청자분이 평가하셨듯, ‘레전드’였다.
댓글들에 적혀 있듯, 이은하는 이미 가왕이었고 가왕 등극에 손색없는 무대를 보였다. 자신을 부각하거나 노래 실력을 뽐내지 않고, 원곡자에 대한 존경에 뜻을 가지고 노래 자체와 무대를 빛냈다. 그렇게 하는 게 명곡에 대한 예의이고, 부르는 사람이 아닌 노래를 듣는 분들을 위한 가창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은하는 “무대에 대한 좋은 평가, 건강 회복하라는 응원의 말씀들 덕에 진짜 힘이 났어요. 치료 더 열심히 받을게요!”라고 말했다. 어제도, 그제도 연락할 때마다 방사선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고 있었다. 목소리는 언제나 그렇듯 아주 밝았다. 대중의 응원에 힘이 난다는 말을 몇 번이고 했고, 진심이 흠뻑 느껴졌다.
암 투병 중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쓰기도 했고, 이은하의 허리 병에 대해 이미 많은 보도가 있었다고 생각해서 지난 기사에 “척추분리증에서 이어진 쿠싱증후군으로 고생하다가20kg이상을 감량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던 가운데 맞닥뜨린 일이라 안타깝다”라고만 적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수 이은하는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겨울 장미’ ‘당신께만’ 등의 애절한 발라드를 깊이 있게 소화하기도 했지만, ‘밤차’ ‘아리송해’ 등의 노래로 대한민국에 디스코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건설 사업 중이던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고, 여파로 사업 부도와 함께 천문학적 수치(현재 가치로 50억)의 빚을 남기고, 졸지에 가장이 된 이은하는 밤무대를 전전하게 되는데 업장 특성상 댄스곡 요청이 필수였다. 높은 신을 신고 춤추다 무대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빚 갚으며 먹고살아야 하니 쉴 수도 없고 병원에 가는 돈도 아까웠고, 불러주는 데가 많을수록 감사한 세월 속에서 이은하의 허리는 망가져 갔다.
그러던 중, 이은하는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다 쓰러졌고 일어서지 못해 응급실로 실려 갔다. 사진을 보니 척추가 동강 나 있었다. 건강이 제일이고 몸이 재산인데,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이다 보니 의사가 권하는 수술은 차일피일 미루고 버티며 계속 무대에 섰다. 너무 아파서 서기조차 힘들 때만, 급할 때만 사정사정해 스테로이드를 맞았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으니 허리가 낫기는커녕 갱년기까지 겹치며 몸무게가 최고 94kg까지 불었다. 얼굴과 배가 동그랗게 부풀고 팔다리는 얇은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것은 대중 연예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역설적으로 그것이 정상적 치료의 계기가 됐다.
경기도 고양시의 병원에서 제대로 진단하고 의사 권고 사항을 지키며 몸을 아꼈다. 고통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수준의 9를 넘어 죽을 만큼 아픈 10 정도의 수준이라 합법적으로 극강의 진통제가 처방됐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꾸준히 병행했다. 간간이 서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객석의 환호를 들으면 그 어떤 진통제보다 허리가 아프지 않아서, 진통제마저도 줄이려고 노력했다. 4년 전 만났을 때, 채소가 잔뜩 담긴 도시락을 밥 대신 먹던 모습이 기억난다.
각고의 노력 덕에 이은하의 몸에서 약물은 빠져나가고, 300~400까지 오르던 당뇨 수치도 떨어지고, 몸무게는 74kg까지 줄였다. 가장 큰 회복은 허리였다. 척추 전방(앞으로) 전위(밀려 나가는)증 혹은 척추분리증. 사진에서 보듯 척추 윗부분이 앞으로 쏠려내려 마치 부러진 것처럼 보이던 허리였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제거술과 고정술을 각각 단독으로 또는 병합해서 수술하기도 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척추 주변과 배 부분에 근육을 붙여 자연적 고정술이 되도록 만들기도 한다. 당연히 전문의의 판단과 치료에 따라야 한다.
이은하의 최근 사진을 보니 거짓말처럼 꺾인 척추에 근육과 신경이 몰려 붙었다. 비록 각도가 고도로 꺾였어도 고정만 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의의 의견인데, 그런 결과가 빚어졌다. 이은하의 건강부터 일까지 모든 것을 매니지먼트 하는 남동생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올해 초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 설명을 들으며 너무 기뻐서 얼른 모니터를 촬영했다”고 전했다. 과거 이은하의 허리 촬영본 봤던 기자도 눈을 씻고 다시 볼 만큼 호전이 보였다.
전반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며 ‘청신호’를 보았던 이은하는 암이라는 난관을 만났다. 수술 후에는 잘 먹지 못해서 몸무게가 71kg 정도까지 더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기운을 냈다. ‘적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잘 먹어야 암도 낫는다는 마음으로 다이어트(체중감량)를 멈추고, 잘 먹고 열심히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이은하는 자신의 포기하지 않는 모습, 긍정의 마음이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바람은 이미 전해지고 있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저희의 삶에 빛과 희망을 뿌려 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이 더욱 많아져서 우리 사회가 빛으로 가득 찬 밝은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n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