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견인
국민적 열광 등에 업고 동남아시아 최강으로 우뚝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가 사상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위업을 달성했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벨 스타디움서 킥오프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최종전 UAE와의 대결에서 접전 끝에 2-3 석패했다.
경고누적으로 벤치에 앉지 못한 박항서 감독의 공백이 느껴진 패배다. 베트남은 2차예선 5승2무1패(승점17)를 기록해 G조 2위로 내려앉았지만, 각 조 2위 상위 5개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최종예선 티켓을 획득했다.
2차 예선에 나선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등을 넘어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종예선에 나가는 팀은 베트남이 유일하다. 이전에도 동남아국가가 최종예선에 진출한 사례는 태국(2018 러시아월드컵) 뿐이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체질과 정신을 바꿔놓았다. 흔들렸던 베트남 수비에 조직력을 심어 짠물 수비라인을 다졌다. ‘파파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끌어안으며 신뢰를 쌓았고, 선수들은 박 감독 지시에 따라 하나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기대 이상의 성과로 베트남 국민들 가슴에 희망의 횃불을 던졌다.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마다 베트남 국민들은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두르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붉게 물든 거리에서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며 “베트남! 챔피언!” “박항세오, 생큐(박항서 감독님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올라 경적을 울리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도시를 휩쓴 베트남 축구 팬들은 박항서 감독의 초상화나 태극기까지 흔들었다.
박 감독에게 국민들이 열광하자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8월 2급 노동훈장을 수여했다. 베트남 축구협회도 박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에 높은 평가를 내리며 연봉을 크게 상향했다.
그가 이룬 업적은 찬란하다.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2018 AFC U-23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2019 AFC 아시안컵 8강, 2019 동남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며 ‘베트남 축구의 아버지’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후 베트남 현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을 선물한 것과 같다” “월드컵까지 박항서 감독의 손을 붙잡고 가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쌀딩크’ 박항서 감독의 열풍을 흐뭇하게 지켜봤던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게도 ‘탈동남아’를 이끈 박항서호의 위력이 확 다가온다. 7월1일 조 추첨 결과에 따라 월드컵 진출의 마지막 관문인 최종예선에서 베트남과 충돌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종예선은 12개 팀이 6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조추첨 결과에 따라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은 베트남과 역대 전적에서 16승 6무 2패로 크게 앞서있다. 6개팀씩 두 개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최종예선은 오는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홈&어웨이 방식으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