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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완성도 위해 개막 연기”…뮤지컬계, 무리한 제작 관행 여전


입력 2021.07.08 07:01 수정 2021.07.08 08:1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비틀쥬스' 두 차례 연기 끝에 7월6일 개막

뮤지컬 '비틀쥬스' 브로드웨이 공연 사진 ©Matthew Murphy


최근 대형 뮤지컬들이 개막일을 미루거나, 공연 진행 과정에서 차질을 빚으면서 꾸준히 지적되어 왔던 무리한 제작 관행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당초 이달 18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의 연기 끝에 지난 6일 드디어 막을 열었다. 제작사 CJ ENM은 “국내 초연을 준비하는 데 있어 테크니컬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극의 전개를 무대 위에 구현하기 위해 모든 테크니컬적인 부분의 합을 맞추는 과정에 시간이 지속적으로 소요되고 있고 약속된 개막일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비틀쥬스’는 종이접기처럼 변화하는 무대와 다양한 특수 효과가 강점으로, 올해 국내 초연작 중 가장 주목받은 대형 뮤지컬이기도 하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에서 사전제작비가 250억원 가량이 든 작품을 로컬라이제이션하는 과정에서 시간적 제약에 부딪힌 것이다. 주된 연기의 원인은 장면 전환에 사용되는 자동화 장치 오류였다.


당초 6일 개막할 예정이었던 국내 창작 초연 뮤지컬 ‘박열’도 14일로 개막일을 연기했다. 제작사 더블케이 엔터테인먼트는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 작품인 만큼 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구현해내기 위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짧은 리허설 일정은 국내 뮤지컬계에 오랜 관행처럼 여겨져 온 점도 부인하긴 어렵다. 조명, 음향, 무대 전환, 특수효과 등을 점검하는 과정인 테크 리허설 기간을 짧게 두는 문제에 대한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존재해왔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프러덕션에 따라, 작품의 성질에 따라 기간이 상이하지만 통상적으로 뮤지컬들의 경우 개막 전 테크리허설 2~3일, 드레스 리허설 2~3일 정도를 진행한다. 최종적으로 공연 전 실제 공연장 무대에서 하는 리허설은 결국 5일 남짓이다. 일부 라이선스 공연, 초연 작품들의 경우 간혹 몇 주가량 리허설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 작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위키드’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테크리허설 기간이 길었던 공연으로 알려졌다.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백두산은 “다른 작품에 비해 ‘위키드’는 테크리허설 기간이 길었다. 그만큼 무대와 배우가 함께 약속을 맞춰가는 과정도 복잡하고 완벽해야만 안전하게 이뤄지는 작품이었다. 긴 테크리허설 덕분에 안전하게 첫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키드’를 비롯해 몇몇 작품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애초에 테크리허설 기간을 기존보다 길게 잡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통상 2~3일가량의 밤샘 작업을 거쳐 급하게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작사 입장에선 공연 기간을 최대한 길게 확보하는 것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높은 대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리허설을 연습실에서 소화하고, 실제 무대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 전원이 합을 맞추는 과정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상업공연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건 당연하지만, 이런 관행은 공연의 안정성, 정교함을 보장하긴 힘든 시스템이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무대 예술은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하게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해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리허설이다. 대관 등의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다른 공연장이나 공간을 빌려서라도 테크리허설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영세한 공연계에서 쉬운 결정은 아닐지라도 건강하고 안전한 공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연장과 제작사들이 합심해서 장기적 공연을 기획하는 방향성 등을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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