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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63)] 캡틴락 한경록은 왜 ‘찰리 채플린’을 소환했나


입력 2021.07.08 01:01 수정 2021.07.07 17:5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7월 6일 신곡 '채플린 영화처럼' 발매

"코로나 블루 이길 수 있는 백신은 음악과 웃음"

ⓒ캡틴락 컴퍼니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인 한경록은 지난 6일 솔로 활동명인 캡틴락으로 신곡 ‘채플린 영화처럼’을 발매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신곡은 찰리채플린의 영화 속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낭만과 웃음이 필요한 시대, 캡틴락이 ‘위대한 희극인’ 찰리 채플린을 음악에 담아낸 건, 특별하면서도 한편으론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노래엔 언제나 채플린이 녹아 있었다. 크라잉넛의 ‘서커스 매직 유랑단’에서도, ‘밤이 깊었네’에서도 채플린이 전하고자 했던 낭만과 웃음이 존재했다. 특히 ‘밤이 깊었네’의 가사 중 ‘나의 구두여 너만은 떠나지 마오’의 ‘구두’ 역시 ‘채플린의 구두’에서 영감을 받았다. 캡틴락은 “코로나 블루를 이길 수 있는 백신은 음악과 웃음”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하”(인디그라운드 하이)(웃음). 전 밴드 크라잉넛에서 베이스를 치고, 솔로 프로젝트 캡틴락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경록입니다. 술과 낭만에 취해 마포구 인근에 추락한 극동의 푸른 별입니다.


-밴드로는 26년여가 됐고, 2017년 시작한 솔로 프로젝트로도 벌써 5년차를 맞았네요.


​26년 동안 밴드 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크라잉넛의 다섯 개의 톱니가 맞물려 기어 역할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서로의 톱니가 맞물려 무한궤도가 굴러가면 두려울 것이 없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모험이 펼쳐집니다.


5년 전쯤 그 기어가 혼자 존재할 때도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아무 생각 없이 그동안 스케치해 둔 곡도 많고, 개인적인 생각들이 담긴 노래들이 많기 때문에 싱글로 한번 내볼까 하다가 판이 커지게 됐죠. 혼자서 솔로로 활동하다 보니 친구들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혼자서는 정말 숨을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달리다 보니 적응이 됐나 봐요(웃음). 마치 두발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처럼. 초반에는 넘어지고 피도 났는데, 아직 두 손 놓고 탈 정도는 아니더라도 꽤나 재미있게 달리는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코러스 할 때 거의 지르는 곡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거의 악만 질렀더라고요. 그것도 나름 맛은 있었겠지만 지금은 노래 부를 때 힘을 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솔로로 활동하며 깨닫게 된 부분들이 결론적으로 크라잉넛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캡틴락 컴퍼니

-7월6일 발매한 신보에선 ‘찰리 채플린’으로 변신했죠. 어떤 앨범인가요?


항상 채플린은 저의 어딘가에 흐르고 있고, 이번엔 대놓고 채플린 오마주를 했죠. ​어느 날 문득 옛 추억이 피어오를 때가 있잖아요. 흑백 영화 같은 날씨에 붉은 장미처럼 피어오르는 그 추억을 캐치해서 곡을 써나갔죠.


-평소 채플린을 좋아하셨나요?


어렸을 적 엄마 손 잡고 호암아트홀에 ‘모던타임즈’를 보러 갔어요. 채플린 이미지만 알고 있던 저는 ‘흑백 무성영화가 재미있을 리가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따라갔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어요. 극장이 떠나가도록 웃었고, 어떻게 이렇게 옛날 작품이 지금까지도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또 한참을 웃었는데, 뭔가 아련한 기분도 남더라고요. 여운이 길었죠.


-‘채플린 영화처럼’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나요?


자극적이진 않지만 잔잔하게 미소 지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작업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요?


​시간이죠. 크라잉넛 활동을 하는 자투리 시간에 곡 작업을 하고, 레코딩을 하고,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머릿속에 구상했던 조각들이 레고처럼 차곡차곡 쌓이면서 실체가 나타날 때 큰 재미를 느낍니다. 나름 시스템도 만들어 놓았고요. ​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도 풍깁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필요했을 것 같고요.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참 많아요. 곱고 예쁜 색깔의 물감 같은 친구들이요. 경록이는 복도 많지. 하하. 그 친구들과 평소 마음으로 친해져 놓았어요. 사실 평소 술을 많이 사줬습니다(웃음). 그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고 여기저기 어울리는 곳에 자리를 마련해 주면 예쁜 그림이 되죠.


-싱어송라이터 정우 씨가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했죠.


정우와 캡틴락은 아주 다르면서도 잘 어울리는 부분이 있어요. ​정우를 ‘제비다방’에서 처음 봤을 때, 음악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가끔씩 혼자 기타 치면서 자작곡이라고 들려줬는데 그때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 색깔을 지켜가는 고집도 느껴졌고요. 무엇보다도 감성적인 떨림이 통했다고나 할까요? 제 목소리가 많이 탁해서 꾀꼬리 같은 정우의 울림과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감성적인 부분은 분명 공명하는 것처럼 같은 떨림이 있다고 느꼈어요.


​예전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정우의 음악은 ‘예쁜 먼지처럼 내게 다가와 살포시 어깨에 내려앉아 위로를 건넨다’고요. 무엇보다 정우는 웃겨서 좋아요. 저랑 같이 오두방정도 잘 떨고, 허당미도 있고요.


ⓒ캡틴락 컴퍼니

-기존 캡틴락의 음악들과, 이번 앨범의 차별점을 꼽자면요?


곡 작업을 할 때 특별히 의도나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을 하진 않아요. 그냥 그때그때 되는대로 하는 거죠. ‘채플린 영화처럼’을 만들고도 이게 무슨 장르인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다들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이 노래인 것 같아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우리의 인생같이 정처 없는 발걸음. ​음, 약간은 ‘만담 펑크’ 같기도 해요.


-반면, 캡틴락의 색깔을 가져가기 위해 놓치지 않은 포인트도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거창한 것은 없고, 그저 따뜻한 위로가 되고 싶었어요. 조금 간지러운 위로 말고, 그냥 ‘씨익’ 웃게 되는 포인트라고나 할까요? 전 자극적인 코미디 보다 잔잔하고 모두가 같이 웃을 수 있는 유머가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보여지는 것도 이번 앨범에선 중요할 것 같은데요. 뮤직비디오가 그 역할을 해주는 것 같네요.


대놓고 채플린 오마주를 했기 때문에, 직접 스토리를 잡고 콘티를 그리고 장소 섭외, 배우 의상, 기본 캐릭터 설정들을 직접 했어요.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피카소 느낌의 추상화 같은 콘티를 보여주며 연출가를 ‘연출’했죠. ​제가 기획을 했고, 크라잉넛 ‘레고’와 ‘구닥다리 멜로디’를 연출했던 박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뮤직비디오 출연진도 화려해요.


2019년에 크라잉넛의 노래만으로 만든 뮤지컬 ‘알랑가모르것SHOW’를 제작한 극단 자랑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줬어요. 서커스 같기도 하고 몽환적이기도 한 연기를 해줬죠. 여자주인공부터 주정뱅이, 재주꾼, 타로카드 점술사 같은 독특한 캐릭터의 감초 역할을 맡아주었습니다.


또 뮤직비디오 도입부에 흑백으로 바뀌면서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 부분을 딴따라댄스홀의 스윙댄서 분들의 스윙댄스로 열어봤습니다. 캡틴락에게 특별한 음료를 주는 수상한 시스터즈 역할에는 동료 뮤지션인 미미시스터즈가, 파티의 흥을 돋우는 악사 역할에 씨티알싸운드의 양군과 밴드 스테레오버블의 김수유가 열연을 펼쳤죠.


또 2019년에 캡틴락컴퍼니에서 주최했던 복합문화페스티벌 종로콜링에서 마임음악극을 했던 김찬민이 마임맨으로 나와 캡틴락과 마임배틀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핵심 배역인 악당 역은 플라잉독의 이교형이 맡았어요. 이교형은 최근에 영화배우로도 활약하고 있는데요, 출연작인 ‘거래완료’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 예정이라고 합니다. 악당과 캡틴락의 원테이크 액션 연기가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캡틴락 컴퍼니

-시끌벅적한 현장인 만큼, 재미있는 일도 많았을 것 같네요.


사실 원래 여자 캐릭터 배우가 정우였는데, 당일 식중독에 걸려서 참여를 못하게 됐어요. 다행스럽게도 극단 자랑을 도와주러 온 배우 분을 당일에 섭외해서 뮤직비디오가 완성되었습니다. 키도 비슷해서 의상 문제도 해결되고 캐릭터 이미지도 잘 어울려서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당일 캐스팅인데도 캐릭터 소화를 충분히 잘해주었습니다.


제비다방 영업이 끝난 시간 동안 밤샘 촬영을 했는데, 다음날 뮤직비디오 촬영한 게 정말 꿈을 꾼 것 같았어요. 캡틴락이 막판에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잠시 졸면서 촬영한 것 같아요(웃음).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요?


‘​위로’ ‘낭만’ ‘웃음’ ‘희망’. 세상이 너무 각박하면 가끔 눈을 흐리게 뜨고 낭만적인 상상을 하며 버텨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상상으로 잠시 휴식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앨범을 콘서트에서 만난다면 더 흥미로울 것 같아요.


​따로 콘서트 계획은 없습니다. 7월 9일 제비다방에서 소소하게 공연을 할 예정이며 유튜브 제비 온에어 채널로도 송출될 예정입니다.


-크라잉넛으로서의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죠.


네, 크라잉넛은 올해도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라온과 컬래버레이션 싱글도 발표했고, 얼마 전 김민기 선배님 헌정 앨범에 ‘천리길’로 참여를 했습니다. 또 대면 공연이 어려운 시기이니만큼 크라잉넛 오피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를 격주로 하고 있습니다. 크라잉넛은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크라잉넛의 한경록, 캡틴락의 한경록은 어떻게 다른가요?


크라잉넛으로 한경록은 엄청 신나고 재미있는 폭탄주이고, 캡틴락은 싱글 몰트 위스키라고나 할까요? ​결국 둘 다 취합니다. 하하.


-앞으로의 캡틴락은 어떨까요? 또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다행히 노래가 계속 만들어지네요. 벌써 다음 곡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직 어떤 곡으로 정할지, 또 새로운 곡이 나올지 저도 궁금합니다.


-캡틴락의 최종의 목표가 있다면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음악으로요. 그 순간만큼은 날고 싶어요. 그저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음악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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