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대체 백신 타진"
중국·러시아 백신도 '거리두기'
북한이 글로벌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지원받기로 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북한 정세를 주제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추진 중이나 현재 확보한 것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코백스를 통해 도입할 예정이었던 AZ백신은 부작용을 우려해 수용을 거부하며 다른 백신으로의 대체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전략연은 "미국이 저소득국에 기부할 예정인 화이자 5억회분 공여 대상에 북한도 포함되어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진전은 없다"고 전했다.
전략연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3월 말부터 △해외 주재 외교관 △공관·무역상사 직원 등 해외 파견자들의 현지 접종에 대해 '묵인'하고 있다. 다만 북한 내 백신 도입에는 적극성을 띠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산 백신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산 백신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무상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이 관할하는 전략연은 관련 동향의 정확성을 묻는 질문에 "팩트에 가깝다"면서도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사실 북한이 AZ백신을 거부했다는 주장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앞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대북 백신지원 현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AZ백신의 안전과 효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부작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합의서에 서명하길 꺼렸다"고 전했다.
애초 코백스는 지난 5월까지 인도에서 생산된 AZ백신 170만4천회분을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필요한 7가지 행정절차 중 2가지만 완료돼 공급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백신 전달을 위한 국제기구 요원들의 방북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코백스 측 역시 북한 주민에게 접종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 가능해야만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라 단기간 내 진전이 있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미국산 백신 공급 기대하나
인프라 미비로 쉽지 않아
북한이 실제로 AZ백신·중국 백신·러시아 백신에 거리를 두고 있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통해 '미국 백신'을 공급받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화이자·모더나 등의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선 냉장·냉동시설 구비가 필수적이라 인프라 여건이 열악한 북한으로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전략연은 북한이 백신 보관·유통을 위한 "냉동·냉장장비를 설사 들여와도 북한의 전력 상황이 불안해 대도시가 아니면 시설 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국제사회는 설비 개선 지원까지 제안했지만, 북한은 방역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델타 변이로 인한 전 세계 재확산 추세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국경봉쇄 기조를 유지하며 당분간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올가을께 백신 생산기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사활을 건 문재인 정부가 하반기 대북 백신지원 성사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연은 "코백스를 통한 지원만으로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백신 공여를 남북협력 카드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백신 협력의 필요성을 알고 있고, 적절한 협력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협력 방식으로는 남북 간 직접 협력과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있을 수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