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회사채 260조원 육박
이자율 반등 시 실적 '아킬레스 건'
국내 5대 금융그룹들이 발행한 채권 규모가 26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몰려드는 대출과 금융지원 정책을 소화하기 위해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규모 채권 발행의 원동력이었던 제로금리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으로,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이 앞으로 금융그룹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들이 회사채 형태로 떠안고 있는 부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258조88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신한금융의 회사채 부채가 75조856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 증가했다. 이어 KB금융 역시 62조2210억원으로, 하나금융도 49조5265억원으로 각각 14.9%와 12.2%씩 관련 금액이 늘었다. 이밖에 우리금융은 39조783억원으로, 농협금융은 32조2018억원으로 각각 21.7%와 13.3%씩 회사채 부채가 증가했다.
금융그룹들의 회사채 발행이 확대된 이유는 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가계·기업의 자금난과 더불어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자산 투자 열기에 편승하려는 이들의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대출이 크게 늘어나자, 금융사들이 재원 마련을 위한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차주의 대출 만기와 이자 납부를 유예해 주라는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이 가동된 점도 금융사들의 자금 조달 필요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 인상 조짐에 긴장감
금융그룹들이 막대한 채권을 감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래 없이 낮아진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직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까지 낮추면서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한 건 역대 처음 있는 일이다.
실제로 금융그룹들이 발행한 채권은 눈에 띄게 늘었음에도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도리어 이전보다 축소됐다. 5대 금융그룹들이 올해 1분기 발행 채권에 지급한 이자는 총 1조1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감소했다.
하지만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설 움직임에 금융권의 긴장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달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상향이 가능하다고 직접 언급한데 이어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이 등장하면서, 이제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불어난 채권에 따라 금융사들이 짊어져야 할 짐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5대 금융그룹의 발행 채권 잔액 규모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보면, 금리가 1%p 오를 경우 부담해야 할 이자만 2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해당 금융그룹들이 거둔 총 순이익 4조5691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향후 채권 차환 과정에서 이자 비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사들로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채권 발행에 속도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