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관객, 공연장으로 이끌 역할 필요"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이 틱톡에 올린 SNS 셀럽과 무용수의 ‘춤 대결’ 등 5개 영상의 누적조회수는 3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유튜브를 통한 ‘춤추는 강의실’ ‘유연한 하루’ 등의 영상에 이어 틱톡에서도 무용 콘텐츠를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숏폼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현대무용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였다. 실제로 해당 영상들에는 “현대 무용에 관심이 생겼다” “다음 공연이 기대된다” 등의 댓글도 잇따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립현대무용단은 틱톡과의 협업 프로그램 ‘무용 인 틱톡’을 선보인다. 지난 4일부터 모집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대무용, 아이돌 커버댄스,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무용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는 사업으로, 무용의 대중화를 견인하기 위해 기획됐다.
‘무용 인 틱톡’ 프로그램은 콘텐츠 제작 개수, 달성 성과에 따라 지원비를 지급하는 무용인 크리에이터 육성사업다. 참여는 전국의 무용전공자로 한정되며 이달 31일까지 URL 및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틱톡코리아는 월 최소 5개 이상 콘텐츠 업로드, 개별 동영상의 조회수 달성 등 틱톡 코리아 측에서 제시한 미션을 성공할 시 활동 지원금을 지원한다.
다양한 장르에서 크리에이터 육성이 화두로 떠오른 현재, 국공립 극장이 전폭적으로 크리에이터 육성에 나선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간 오페라, 무용, 국악, 클래식 등 순수예술계에선 꾸준히 대중화에 힘쓰고 있었다. 틱톡의 활용도 여러 대중화 시도 중의 하나였다.
이번 ‘무용 인 틱톡’처럼 본격적인 협업, 크리에이터 육성에 앞서 다른 장르들 역시,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앞서 지난 2019년 세종문화회관은 일찌감치 틱톡과 ‘크리에이터 발굴 및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틱톡을 활용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젊은층에게 세종문화회관의 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정현 한국사업개발 총괄이사 역시 “이번 협업으로 오프라인상의 생생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틱톡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창작과 소비의 장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대중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점점 줄어들자 온라인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틱톡으로 예술인이 몰리는 것도 이런 변화의 하나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비대면·온라인은 가능성이 무한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틱톡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문화예술을 대중화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 예를 들어 ‘격식 있는’ ‘고상한’ 예술이라는 벽을 허물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인식을 바꿔주는 것은 물론, 이 잠재적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이끌 수 있는 역할도 필요하다. 공연계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기존의 관객을 묶어두는 것 외에 새로운 관객의 유입이 필요한데, 이런 콘텐츠들이 문턱을 낮춰줄 순 있어도 결정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들을 공연장으로 이끌만한 이벤트나 프로젝트들을 함께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