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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왜 이재용만 안되나…반기업 정서가 낳은 역차별


입력 2021.08.10 10:38 수정 2021.08.10 10:5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합법적 가석방 대상 810명 중 한명일 뿐…왜 특혜 운운하나

형 집행률, 교정 성적, 재범 가능성, 사회적 감정 등 결격사유 없어

'경제 상황에 대한 고려'를 '재벌 봐주기'로 왜곡하는 '증오의 시선'

법무부의 광복절 가석방 심사가 진행된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무부의 광복절 가석방 심사가 진행된 지난 9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진보시민단체들과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게 공정입니까?’, ‘이재용 석방을 반대한다’, ‘국민은 공감한 적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든 시위자들은 가석방심사위원회 시작 전부터 이 부회장의 가석방 불허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결국 가석방 명단에 이 부회장이 포함되자 ‘유전무죄 무전유죄’, ‘정경유착’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최종 결정권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비난했다.


이들의 반발 강도만 놓고 보면 마치 이 부회장에 대한 원 포인트 사면이라도 이뤄진 듯하다.


만일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결단으로 사면을 받았더라면 그 당위성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비록 사면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해도 그 대상자에 포함됐다는 것만으로도 특혜로 보는 시각은 있을 수 있으니.


하지만 이 부회장은 형을 사면 받지 못하고 구금 상태에서만 해제됐을 뿐이다. 보호관찰과 취업제한이 뒤따르는 ‘반쪽짜리’ 자유다. 재계에서 그토록 바라던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와 삼성의 적기 투자를 통한 반도체 시장 우위 확보도 불투명하게 됐다.


더구나 이번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는 이 부회장 혼자가 아니었다. 이날 발표된 가석방 대상자에는 이 부회장 외에도 809명이 더 있다. 그들 역시 길게건 짧게건 잔여 형기를 남긴 채 옥문을 나서게 될 터였지만 진보단체 등 시위자들은 이 부회장을 제외한 누구의 가석방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자로 포함되는 데는 어떤 법적, 제도적 문제도 없다. 형기를 60%밖에 채우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 이들이 있지만, 현행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만 채우면 가능하다.


형 집행률 80%인 수감자들을 가석방 대상으로 삼았던 관례를 바꿔 기준을 60%로 낮춘 게 이 부회장을 위한 특혜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날 법무부는 지난 3년간 형 집행률 70% 미만자가 244명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교정 성적이나 가석방 후의 생계능력, 재범 가능성, 사회적 감정 등 가석방 심사에서 고려해야 할 다른 사항들에서도 이 부회장은 결격사유가 없다.


수감 중 충수염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특혜 시비를 우려해 고통을 감내했던 사건은 이 부회장의 교정 성적을 짐작케 해준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재벌인 이 부회장이 가석방 후의 생계능력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재범 가능성을 논하는 것도 난센스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었다. 재범 우려가 있다는 건 현 문재인 대통령과 그런 문제로 얽힐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이미 지분 상속을 통해 삼성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사회적 감정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우호적이다. 지난달 23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론을 조사한 결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석방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6%로 반대 의견인 28.2%를 압도한 바 있다.


이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는 진보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도 신뢰를 표하며 자주 인용해왔다. 그런 그들이 굳이 이 부회장 가석방 여론조사 결과만 무시한 채 ‘국민은 공감한 적 없다’는 문구를 내건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오른쪽)와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불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물론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되는 과정에 일반인들과는 다른 잣대인 ‘경제 상황에 대한 고려’가 개입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니 ‘정경유착’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단지 수감 생활이 익숙지 않을 재벌에게 나와서 편하게 놀고먹도록 해주고자 함이 아니다. 박범계 장관이 가석방심사위 종료 후 가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를 언급한 것은 나가서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라는 메시지다.


툭하면 ‘재벌해체’, ‘국민기업화’와 같은 공산주의적 발상을 내비치는 이들에게는 ‘이재용 없어도 삼성 잘 굴러 간다’는 말이 진리겠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총수의 장기 부재가 기업에 치명적이다.


특히 오너 경영이 일반적인 국내 기업들의 현실상 투자와 M&A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안은 스스로 리스크를 책임질 수 있는 총수가 결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가석방되는 810명 중 한 명에 불과한, 더구나 눈앞에 반도체 전쟁과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한 고된 여정을 앞둔 이 부회장을 다시 구치소로 되돌려 보내라는 것은 재벌에 대한 무차별적인 증오의 발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기업인이 됐건, 정치인이 됐건 불합리한 특혜를 받는 이들에 대한 감시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해 보편을 넘어서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나아가 선입견과 증오의 감정까지 개입시킨다면 역차별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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