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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광수의 자신감…'싱크홀', 다른 재난 영화와 다르다


입력 2021.08.16 11:00 수정 2021.08.15 18:4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런닝맨' 예능적 이미지 부담 없다"

ⓒ쇼박스

이광수가 '싱크홀'을 통해 '타짜:원 아이드 잭'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담은 재난물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2007), 영화 ‘타워’(2012) 등을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개봉했어야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기약 없이 미뤄졌다가, 올여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11일 레이스를 시작한 '싱크홀'은 14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 4일째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현재, 앞서 개봉한 '모가디슈'와 함께 극장가 구원투수로 불리고 있다.


"솔직히 극장에서 많이 봐달라고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쉽지만은 않지만 개봉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감사해요. 요즘 같은 상황에 가볍고 재미있게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저도 영화 봤는데 시나리오 기반으로 재미있고 풍성하게 완성됐더라고요.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서 희망적인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광수는 극중 동원(김성균 분)의 부하 김대리로 등장한다. 김대리는 상사 동원이 11년 만에 마련한 집에 대해 눈치 없이 꼬투리를 잡는가 하면, 은주가 생수통을 무겁게 옮기는 모습을 보고도 슬쩍 넘어간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김대리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다.


"김대리는 상사와 후배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데 그러지 못해서 뾰족한 행동들을 해요.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도 못하고요. 그런 사람이 재난을 만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극복해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날을 세워야 날 지키고 싶어 하는 면을 보며 저도 공감을 했었어요."


김대리처럼 이광수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이광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절친한 조인성이라고 답했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어려운 시기에 개봉을 결정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모가디슈' 두 번 보면서 형의 연기에 놀랐고 감탄했고요. 촬영이나 홍보 일정이나 지금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배우인 것 같아서 형에게 '재밌게 잘 봤다, 고생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네요."


'싱크홀'은 목숨이 오가는 위기 속에서 위트를 잃지 않는 것이 매력이다. 이광수가 연기한 김대리 캐릭터가 이 매력을 극대화하는 장치를 한다. 그동안 코믹 연기를 자주 선보였던 이광수지만 재난 영화란 장르 속 코믹 연기의 중심은 어떻게 잡아갔을까.


"균형을 맞추는 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호흡이 잘 맞아서,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감독님, 선배님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어요. 리허설을 하면서 뭔가 떠오르면 던져보고 감독님은 디렉션으로 잘 잡아주셨죠. 다 감독님 덕분인 것 같아요."


ⓒ쇼박스

이광수는 과거 교통사고로 인한 재활 치료를 위해 10년간 출연했던 SBS 예능 '런닝맨'에 하차했다. '싱크홀'은 이광수가 '런닝맨' 하차 후 대중과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장수 프로그램인 '런닝맨'에서 사랑받은 만큼 이광수를 향해 예능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이광수는 본업인 배우로서 대중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런닝맨'과 함께하면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 영화 '돌연변이', '나의 특별한 형제', '타짜:원 아이드 잭' 등 매 작품에서 호연을 보여줬다.


"'런닝맨' 했을 때와 하차 후의 저는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부담은 크게 없어요. 제가 예능적인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 작품, 캐릭터에 최선을 다해 표현해 나가다 보면 그런 점을 좋게 봐주고 만족해 주시지 않을까요."


'싱크홀'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광수, 차승원, 김성균, 김혜준 분량이 영화의 90%를 책임진다. 이광수는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는 현장 속에서 쌓인 팀워크가 조화롭게 녹아든 것 같다며 팀워크를 자랑했다. 특히 차승원을 향해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차승원 선배님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제일 선배님인데 저희를 편하게 대해주셨죠. 그런 점을 보며 나도 나중에 저런 선배가 돼야지란 생각을 했어요. 성균이 형은 함께 촬영했던 분들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란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이번에 형과 함께하며 그 소문이 부족하다 싶을 정로로 사람 냄새나는 분이란 걸 느꼈죠. 혜준이는 정말 씩씩하고 당차요. 현장에서 모두 혜준이와 친해지고 싶어 했어요. 준비를 많이 해오고 본인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배우더라고요."


재난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혀 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 '싱크홀'의 현장은 만만하지 않았다. 겨울이지만 여름을 배경으로 촬영돼 추위를 견뎌야 했고 짐벌 세트 위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또 흙이나 물속에서 몸을 내던져야 했다.


"저는 짐벌 세트 위에서 촬영하며 멀미 때문에 고생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스태프들 중에서 '타워'로 재난 영화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배려 받았어요. 눈, 코, 목을 세정할 수 있는 물품이나 멀미약을 꼼꼼하게 챙겨주셨죠. 추위에 몸이 굳을까봐 마사지 분도 현장에 상주해 계셨고요. 고생도 했지만 언제 이렇게 따뜻한 배려를 받아 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광수는 김지훈 감독과 김성균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보지 않는, 현장의 모범 배우'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에 관련 이광수는 재치 있는 해명 시간을 가졌다.


" 저 같은 경우는 딱히 몰입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촬영하지 않는다고 딴짓을 하는 것보단 촬영장에서는 계속 함께한다는 느낌으로 있고 싶었어요. 그게 저에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촬영 기간 내내 휴대전화를 안 보는 건 아닌데, 감독님이 초반에 그렇게 말씀하셔서 끝까지 휴대전화를 보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꼭 봐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그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못 봤어요.(웃음) "


그는 '싱크홀' 홍보를 위해 TV와 라디오, 웹 등 가리지 않고 출연 중이다. 특히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일어난 일명 '시그널 사건'이 큰 웃음을 안겼다. 방송 당시 이광수는 '아침마당' 시그널을 들으며 일어났다고 고백했고, MC는 "그러면 지각이다"라고 받아쳤다. 이광수는 주말이었던 것 같다고 재빨리 해명했지만 '아침마당'은 주말에 방송을 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런닝맨' 외 다른 예능은 나가본 적이 없어서 잘할 수 있을까,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예능 나가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요. '아침마당'은 저를 편하게 생각해 주시고 저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저는 분명 '아침마당' 시그널을 듣고 일어난 기억이 있는데 말이죠. 거기서 인정하고 끝냈어야 했는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주말에 들었다고 순간적으로 대처했어요.(웃음) 그때부터 '잘못되어 가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에요."


이광수는 '싱크홀'은 다른 재난 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재미를 보장한단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싱크홀'이 긍정의 기운을 가져다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싱크홀이라는 소재가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영화적으로 쓰였던 소재가 아니다 보니 궁금했고요. 또 처음 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표현할 때 더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싱크홀이란 소재와 그로 인해서 일어나는 상황이 유쾌하게 그려졌다는 점이 다른 재난 영화와 다른 점인 것 같네요. 영화가 주는 건강한 기운을 함께 느끼셨으면 합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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